원전해체산업 두고 지자체 경쟁 치열
울산이 부산·경북 상대로 승리하려면
지역 입지의 당위성 대응논리 있어야

▲ 김창식 경제부장

우리나라가 UAE에 400억달러 규모의 한국형 원자로(APR-1400) 수출에 성공한 이듬해인 지난 2010년. 전국 지자체간 치열한 ‘핵전쟁’이 발발했다. 한국형 원전수출을 계기로 울산, 부산, 경북, 대전, 전북 등 원전이나 원전관련 시설을 갖춘 지자체들이 ‘원전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며 국책사업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울산시도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4호기에 UAE에 수출되는 한국형 원자로와 같은 모델이 설치되는 점을 겨냥해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자면서 ‘원전 메카 울산’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원전산업 육성발전 마스터플랜’을 통해 2028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민자 등 9조4000억원을 들여 제2원자력연구원 설립, 원전산업 멀티콤플렉스 구축, 중소형 원자로(SMART) 실증사업 유치 등 10개 핵심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같은 원전산업 육성을 통해 2028년까지 생산유발 11조6937억원과 부가가치 유발 5조865억원, 취업유발 8만2476명 등의 파급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발표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할까? 제1차 핵전쟁은 고리원전이 위치한 부산(기장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기장군의 동남권핵과학특화단지 조성에 이은 동남권의학원,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중입자가속기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독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2원자력연구원 설치 유보 등의 정부계획 변경과 국책사업 추진 지지부진 등도 자연스럽게 ‘핵전쟁’의 종전을 고했다.

그로부터 수년 후, 이번에는 아니러니하게도 지자체간 ‘탈원전 전쟁’이 발발했다. 고리원전 1호기가 6월18일 자정을 기해 가동을 중단한 게 ‘탈원전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원전해체 산업을 육성하고,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창식 경제부장

이와 관련, 정부 관련 부처도 원전해체 관련 연구소 설립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면서 동남권 지자체간 원전해체센터를 유치하기 위한 프레임 전쟁도 격화되고 있다. 원전해체산업은 원전 1호기를 해체하는데 15년이란 기간과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될 정도로 거대한 떠오르는 ‘블루오션 시장’이다.

고리원전단지가 있는 부산은 이번에도 한발 앞섰다. 부산은 지난해 7월 원전해체산업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고리원전 1호기가 있는 부산에 해체작업을 주도할 센터를 설치해야한다고 힘을 모으고 있다. 경북도(경주시)는 국내 원전 25기 중 12기가 위치하고,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 폐로 등을 감안해 경북에 해체센터를 둬야한다는 입장이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제2원자력 연구원, 지진방재연구센터 등이 포함된 국제원자력연구단지 조성도 추진중이다.

신고리 원전이 위치해 있는 울산도 UNIST 원전해체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연구센터 개소, 원전해체연구협회 창립, 원전해체기술 연구센터 유치를 위한 타당성 분석 용역 착수 등 유치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울산은 원전해체 관련 산업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경제적 측면과 원전 집중 지역임에도 정부 수혜에서 소외된 지역정서를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울산이 메이저격인 부산·경북을 상대로 한 탈원전 국책사업 유치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울산에 연구센터가 반드시 입지해야하는 타당성과 당위성, 대응논리를 개발해 내야 한다. 주력 제조업의 성장력 감퇴로 비상이 걸린 울산이 원전해체산업으로 재도약의 전환점을 맞으려면 보다 치밀한 대응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goodg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