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넥타이 차림으로 출마 선언…제보조작 언급은 없어
“당 살리겠다” 결연한 모습…지난 회견 ‘침통’ 분위기와 대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당권 도전을 전격 선언했다.

지난 31일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문준용씨 의혹제보 조작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뒤 3일 만이다.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보겠다”고 말한 기자회견을 기준으로 하면 22일 만에 다시 공식 석상에 나와 재기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도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밝은 연두색 타이를 매고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전 기자회견과 의총에서의 침통한 모습과 달리, 약 20분간의 기자회견 내내 여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

기자회견 후에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자주 봬야죠”, “조금 타신 것 같다”면서 농담을 건넸고, 활짝 웃기도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겠다”며 안 의사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결연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이 바로 사흘 전에 제보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만큼 이에 대해 언급을 하리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기자회견을 마칠 때까지 관련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날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밖에는 전날 만찬을 함께 한 송기석·채이배·이언주 의원이 자리했다.

문병호 전 의원, 김철근 전 대변인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회견 뒤에는 지지자·당직자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당사를 떠났다.

기자회견 시각이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미뤄지면서 안 전 대표가 불출마 쪽으로 심경변화를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안 전 대표 측은 문구 수정작업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안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제보조작사건의 수사결과가 나온 지 3일밖에 안 됐다. 자성·자숙의 시간을 안 가졌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데.

△지난 대선 패배의 근본적인 책임은 저에게 있다. 스스로 제 한계를 뛰어넘겠다. 그리고 혁신하는 정당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

-- 당내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말한 새 정치나 책임지는 형식,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지금 당내에서 반대하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 당을 구하는 마음은 같다. 방법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제가 한분 한분 만나 뵙고 소통하고 최대한 설득하겠다.

-- 중진 의원들이 성명을 냈고, 탈당 도미노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말씀드렸듯이 당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모두가 함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방법론의 차이라고 본다. 제가 최대한 설득하고 전당대회에서 겸허하게 당원들의 판단을 믿겠다.

--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이미 출마를 했는데, 그들과 어떻게 다른 노선을 취하나.

△근본적으로 노선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보통 극좌나 극우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극중이 있다. 정말로 치열하게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일들에 매진하는 것이다. 중도를 극도의 신념을 갖고 행동에 옮기는 것, 그게 바로 ‘극중주의’다. 그리고 이미 세계적으로도 극중주의로 정권을 잡은 곳이 프랑스이고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한민국에는 총선 때 국민이 만들어준 국민의당이 있다. 그 노선에 대해서 보다 더 분명하게 국민께 알리는 기회가 이번 전당대회가 될 거라고 믿는다, 모두 힘을 합해서 이 당을 살리는 과정이 이번 전대가 될 것이다.

-- 오늘 출마 선언문에서 함께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한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기존에 존재하는 바른정당이나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인가.

△현재 모든 것은 우리 당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내에서 우리 사람들을 모으고 생각을 함께하고, 우리 당의 정체성을 보다 더 정확히 확립하는 것이 이번에 정말 중요한 점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생각에 동의하는 정당과 이번 정기국회의 과정에서 우리 뜻을 설득하고 관철할 수 있다고 본다.

 

-- 대선패배 이후에 석달 만에 당권 도전에 나서는데.

△오늘 출마 선언문에 중요한 부분들을 말씀드렸다. 저는 이번 전대에서 단순 당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라 선출직 비상대책위원장을 뽑는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당이 절박한 상황이다. 이제는 인물 중심의 정당에서 벗어나서 시스템 중심, 가치 중심의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이번 주 일요일에 제가 그동안 고민한 개혁 방향에 대해서 간담회를 할 생각이다. 그때 여러 가지 충분히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

-- 바른정당과의 문제, 연대 문제에 대해 당내 반대의견이 많은데 호남지역 의원들, 호남 정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너무 앞서간 이야기다. 전대 과정을 통해서 우리당의 지향하는 방향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향에 동의하는 당원이 이제 대표를 선출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방향과 정책에 따라서 많은 다른 정당들을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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