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非安’ 대 ‘비호남 親安’ 대립…‘與냐 바른정당이냐’ 연대론 뇌관
동교동계 탈당 예고 속 호남동요 가능성…‘당 쪼개지나’ 우려도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국민의당이 3일 안철수 전 대표의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으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으로 내상을 입은 국민의당은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당 재건에 몰두하며 전대를 준비하는 와중에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이란 ‘폭탄급’ 돌발 변수를 만나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 친안-비안파 대립…현역의원 반대성명·동교동계 탈당 예고

국민의당 현역의원 12명은 이날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출마 반대성명을 내고 안 전 대표의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제보 조작 사건에 지도부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것으로 대선 패배 책임이 덮어지고 정치 복귀 명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직은 자숙하고 성찰하며, 정치인으로서 실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

이들을 비롯해 박지원 전 대표, 김동철 원내대표 등 공식·비공식으로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한 의원 수는 최소 20명에 이른다.

국민의당 전체 의원(40명)의 절반에 해당한다.

동교동계 인사들의 집단 탈당 예고도 있었다.

이훈평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에서 후보 혼자 잘못해 사달이 나 부끄러운 정당이 됐고, 측근들의 조작 사건으로 국민에게 두 번이나 사과했는데 사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 대표에 도전한다는 게 끔찍하다”며 “고문단을 포함해서 20여 명이 탈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친안파 인사들은 ‘창업자’인 안 전 대표가 “당의 소중한 자산”이고,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낼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한 초선의원은 “안 전 대표가 전대에 나왔으니 일단 (당 대표가) 되게 해야 한다”며 “당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혁신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대 국면에서 친안파과 비안파의 대립 등 불화가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일단 현재까지는 비안파 현역의원 가운데 탈당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인사는 없다.

다만 안 전 대표의 출마와 그 이후의 당 진로를 놓고 호남 민심이 이반하면 현역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두고) 호남에서 바닥 민심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 3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발언하고 있다.

◇ 전대도 요동…호남 대 비호남 대결

안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전대 구도도 전면 재편됐다.

안 전 대표 등판 전까지는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전 대표, 김한길 전 대표, 문병호 전 최고위원, 이언주 의원 등 최대 5파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전격 출마 선언으로 문 전 최고위원은 출마 의사를 접었다.

이 의원도 출마하지 않고 안 전 대표를 지원사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전대의 전선은 정 의원, 천 전 대표 등의 ‘호남’과 안 전 대표의 ‘비호남’으로 뚜렷이 갈리게 됐다.

특히 지난 대선 때 각각 후보와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안 전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의 공조 관계도 전대를 계기로 끊어질 전망이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 박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출마를 계속 만류했다.

박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출마선언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직도 후보등록일인 10일까지는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창업자가 솔로몬의 지혜로 당을 구해야 한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안 전 대표가 강조하는 ‘극중주의론’도 호남세력과 강하게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중도를 극도로 해서 신념을 갖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바로 극중주의”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진로 토론회, 국민의당 혁신의 길 1: 사회·경제 노선' 행사에서 참석자 소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극중론에 근거해 바른정당과의 ‘중도·보수’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대하려면 뿌리가 같은 더불어민주당을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일부 호남그룹과 충돌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전대를 통해 ‘극중주의(바른정당과의 연합) 대 민주당과의 연대’라는 대립 구도가 선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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