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택시의 안전운전 유도를 위해 4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실시한 택시 블랙박스 지원사업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개인택시 운전자가 블랙박스를 수령, 개인 승용차에 사용하거나 양도·매매한 사례가 드러난 것도 모자라 부실 제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시의 보조금으로 구입한 블랙박스를 장착한 법인택시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충격전부터 영상녹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저장시간도 5시간에 불과한 불량품이라는 것이다. 화질도 문제로, 일부 법인 택시 회사에서 예전 제품과 신품을 동시에 장착, 비교 주행한 결과 예전 제품이 더 선명했고, 신품에서는 차선감지 오류 등도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장배터리 작동 이상에 따른 불량으로 추정되지만 제작업체에서는 ‘배선 문제’, 설치업체에서는 ‘제작업체에 문의 후 작업했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계약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교체사업을 실시한 경주의 경우 조달청 입찰로 표준구매규격을 준수하고 2차 주행시험을 거쳐 결점을 보강했지만 울산은 주행시험 없이 바로 수의계약했다는 것이다. 더 좋은 성능의 제품으로 개선,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울산시가 계약한 32기가 메모리의 제품 사양상으로는 사고 충격 후에도 15초간 녹화가 가능하고, 12시간 이상 영상을 저장해야 한다. 그렇지만 예전 제품은 3일까지 녹화가 가능했다. 택시 회사들은 울산시에제품이 개선되기 전에는 지원금 지급을 정지해 줄 것을 요청해놓고 있다. 시는 불량사례를 파악해 검증된 부분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원인규명을 위한 전면 실태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자칫 보조금 사업이 눈먼 돈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용 블랙박스 장착이 일반화된지 오래다. 블랙박스의 사고기록장치 EDR(Event Data Recorder)이 충돌 전·후의 사고를 기록해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교통사고 처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명과 재산보호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한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EDR를 모든 차가 장착하게 된다면 교통사고는 15~30%, 연간 사망자 수는 800~1600명, 교통사고 비용은 1조5000억~3조원을 줄일 것으로 예측될 정도다. 또 운행 중 발생하는 사고를 분별하는 목적 외에도 과속, 신호위반, 차선위반 등의 교통법규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판독할 수 있어 운전자의 운전습관 교정으로 교통사고 예방과 택시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자 스스로도 그 필요성과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사업의 취지 및 성과가 퇴색되는 경우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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