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부 고수온 경보, 포항·부산·태안군 일부 고수온 주의보

▲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리 대야도 어민들이 바닷물 온도상승에 따른 양식 어류의 폐사를 막으려고 모든 가두리 양식장에 차광막을 설치했다. 연합뉴스

이미 넙치 7만여 마리 폐사…지난해 대형 피해 재발할라 전전긍긍
국립수과원 “스트레스 주지 말아야…사료공급도 중단”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폭염에 바닷물 온도도 크게 상승해 연안 어패류양식장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몇 년 사이 한여름 폭염으로 인한 양식 어패류 집단폐사를 경험했던 각 지자체와 어민들은 어패류가 8월 가마솥더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의 양식장 5곳에서 넙치 6만9천 마리가 폐사했다.

계속된 폭염에 양식장에서 끌어다 쓰는 바닷물의 온도가 최고 29도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넙치의 경우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 ‘생물학적 한계수온’이 32도로 알려졌지만, 29도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어류는 대부분 온대성이어서 수온이 높아지면 대사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작은 충격만 가해져도 떼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양식업계의 설명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바닷물 온도 상승이 가져올 ‘충격과 공포’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양식장이 밀집한 경남 통영과 거제, 고성지역 양식장의 어류 폐사가 줄을 이었다.

통영 지역 가두리양식장 11곳에서 우럭과 볼락 등 49만여 마리가 죽었고, 거제에서는 우럭 1만1천여 마리, 쥐치 9천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전복 양식장이 밀집한 전남 완도에서는 전복 1천200만 마리가 고수온 등의 영향으로 죽었다. 당시 어민 피해는 90억원에 달했다.

충남 천수만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2013년 고수온으로 500만 마리 가까운 물고기가 폐사하면서 53억원의 재산피해가 났고, 지난해에도 390여만 마리가 폭염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지자체 등은 올해도 같은 피해가 반복될까 ‘해양수산 폭염대응 예방대책’을 어민에게 전달하는 등 노심초사했다.
이미 제주 전역과 포항 호미곶∼부산 청사포, 충남 태안군 천수만 등지에 ‘고수온주의보’가 내려졌고, 제주 서귀포시 대정리와 모슬포에는 ‘고수온경보’가 내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온도가 28도이거나 그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할 때 주의보를, 28도 이상이 사흘 이상 지속하면 경보를 발령한다.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전남도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도는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고수온에 따른 양식장 관리를 철저하게 해 줄 것을 지시했다.

고온 현상이 보름 이상 지속하면 차광막을 설치하고, 수온이 갑자기 오를 시 양식장 어류를 다른 곳에 옮기도록 했다.

경남도는 고수온 피해에 대비해 바다를 낀 시·군 양식어민에게 ‘재해대책명령서’까지 보낼 예정이다.

명령서는 보유한 차광막을 활용하는 등 어민 스스로 양식장에서 기르는 어류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도내 어가 132곳에 어류가 고수온을 이기는 데 도움을 주는 ‘어류 활력 강화제’를 공급했다.

충남도도 천수만 고수온 피해 최소화를 위한 비상근무대책반을 가동하고 양식장 사육 밀도 조절 등 어류의 고수온에 대한 적응력 강화를 위한 홍보활동에 집중할 방침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수온이 오르기 전에는 밀집 사육을 줄이거나 양식장 환경을 개선하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지만, 현재는 이미 수온이 상당히 오른 상황”이라며 “지금부터는 어류를 이동시키거나 그물망을 고치는 등 물고기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행동을 삼가야 하며, 포만감을 줘 숨을 가쁘게 하는 사료공급도 금물이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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