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 자리하고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이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터미널 이전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가현산업개발은 터미널이 읍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복잡해진데다 적자가 누적되자 지난 2015년 변두리에 새부지를 매입해 이전을 추진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행정적으로 이전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의 터미널이 지난 28년동안 미준공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상으로 자동차정류장으로 허가된 부지를 전부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2년여동안 일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로부터 부지를 사들여 행정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너무 높은 가격을 요구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현산업개발측의 설명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현산업개발은 터미널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터미널이 폐쇄되면 그 불편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터미널은 개인사업자가 운영을 하지만 분명 공공시설이다. 더구나 버스터미널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터미널이 28년동안이나 임시허가 상태에서 운영돼왔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터미널이 들어서면 주변의 부동산 시세가 올라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제때 제대로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업자의 잘못이 크지만 행정 공백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언양터미널은 울주군민이나 언양읍민을 위한 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언양의 부도심화가 진행되고 KTX울산역 주변이 발달하면 언양터미널은 울산의 서부권 터미널로 그 입지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언양터미널의 편의성은 서부권 도심화를 촉진하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터미널 이전을 단순하게 개인사업자에게 맡겨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특히 이번 언양터미널 이전의 행정적 문제는 언양읍의 작은 터미널 하나를 이전한다는 관점을 넘어서 울산의 교통 결절점(結節點 node) 재정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울산의 교통 결절점은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울산시외버스터미널은 고속도로에서 20여분 벗어난 도심 한가운데인 삼산에 자리하고 있다. 시내교통의 혼잡을 유발할 뿐 아니라 도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KTX울산역은 복합환승센터로 확장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KTX의 승하차가 전부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다른 교통시설로 환승하는 시설이 아니다. 게다가 태화강역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 기차노선의 연계성도 미흡하다. 이번 기회에 언양버스터미널이라도 KTX울산역복합환승센터로 흡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했으면 한다. 울산시와 울주군, KTX울산역복합환승센터와 언양터미널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면 해법이 나올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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