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도출한 사회주의 핵심가치
중국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
국론분열 위기의 한국에 위협 될수도

▲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지난달 초에 중국의 서안, 낙양, 정주, 안양 제녕, 제남시 일대의 고대 역사유적을 일주일간 답사했다. 24년 만에 다시 방문한 서안, 낙양, 정주 지역은 고대 중원문화의 중심지였는데, 그 동안 크게 발전하여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도시로 변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중국의 변화를 향한 노력이었다. 모든 도시의 주차장과 도로변에는 ‘중국몽’과 ‘사회주의 핵심가치’를 적은 광고판이 설치돼 있었다. 밤에도 관공서와 백화점에 사회주의 핵심가치 12개를 회전 적색 네온사인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정신을 혁신시켜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시도였다.

시진핑이 집권 후 나타난 ‘사회주의 핵심가치 12개’는 부강(富强), 민주(民主), 문명(文明), 화해(和諧), 자유(自由), 평등(平等), 공정(公正), 법치(法治), 애국(愛國), 경업(敬業), 성신(誠信), 우선(友善)으로 각각 5개의 세부사항이 있다. 중국이 내세운 핵심가치는 과거 마르크시즘 국가였던 중국의 가치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심지어 이들 가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추구하는 기본 가치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지난 5천년의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서 도출해냈다는 점이 더 큰 의의가 있다.

이 가치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이 아는 것이지만 청소년들을 위해 ‘그림으로 이 가치의 근원을 설명하는 중국가치’라는 책자까지 발간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60여 명의 인물과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인용했다.

부강(富强) 편의 첫 세부 항목은 발분도강(發奮圖强)인데 월왕 구천의 ‘와신상담(臥薪嘗膽)’ 고사를 들었다. 민주(民主) 편에서는 요(堯)와 순(舜)의 선위 고사와 원수처럼 지낸 해호(解狐)를 자신의 후임으로 천거한 진(晉)의 대부인 기해(祁奚)의 고사 및 정치의 혁신과 정치의 원칙을 고수한 제(齊)의 추기(鄒忌), 언로를 크게 개방한 당 고종의 고사를 예를 들었다. 마지막의 우선(友善) 편에선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을 그린 ‘관포지교’와 조나라의 두 기둥인 정승 인상여와 염파 장군의 문경지교(刎頸之交)를 통해 단결을 강조했다.

과거 중국 역사상 성공적인 인물을 통해 국민들을 단결시키려는 목적이다.

심지어 제녕시에서는 ‘문명시민수첩’과 ‘문명여행수첩’을 호텔에 비치하였다. ‘문명시민수첩’에는 ‘문명공약’ 등 10개 공약의 세부 수칙과 시민이 지켜야할 ‘사회주의 핵심가치 12개’에 맞는 잠언을 경전(經典)에서 뽐은 글귀와 ‘가풍 가훈’에 맞는 글귀 100개를 뽑아 기술하였다. 그 중 인상적인 글귀는 ‘소년의 지혜는 나라의 지혜이며, 소년의 부(富)는 나라의 부(富)이며, 소년이 진보하면 나라가 진보한다’는 양계초의 말이었다.

시진핑이 2013년 취임 연설에서 강조한 ‘중국몽(中國夢)’은 중화민족의 부국강병의 꿈을 말하며, 이의 대안으로 ‘사회주의 핵심가치’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중국은 관민이 한 마음으로 단결하여 세계강국이 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이에 대한 정신적 역할의 구심점은 ‘사회주의 핵심가치’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과 보수와 진보 및 계층 분열로 인해 편한 날이 없다. 심지어 탈원전 정책, 명예 과세, 최저임금 인상, 블라인드 채용, 특목고 폐지, 사드 문제 등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었다. 우리 정부는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가치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오직 과거 청산과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적인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정치적 변화를 보고, 10년 후 국가의 장래가 심히 염려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杞憂)일까.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