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고상지 도독이 고개를 갸웃하며 수경에게 말했다.

“너의 청이 꺽감을 고구려에 보내지 말아달라는 건가?”

“예. 소청을 굽어 살피소서.”

“허허, 여기 가야인들은 서로가 자기자식을 고구려 왕경에 유학을 보내려고 하는데 보내지 말아 달라? 그거야 어렵지 않네.”

“고맙습니다.”

“고맙기야 내가 고맙지. 자, 이제 벗어 보게.”

수경은 멀리 주산이 보이는 어라궁에서 윗저고리를 벗었다. 치마말기로 눌린 몽실한 젖가슴의 윗부분이 드러났다. 그녀가 치마말기를 풀자 하얀 속고쟁이만 남았다.

고상지가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수경이 속고쟁이까지 내리고 옷을 모두 벗었다. 가야최고 미인의 알몸이 스스로 눈부신 빛을 내며 자태를 드러내었다.

수경은 다소 이국적인 늘씬한 체형에다 숨이 막히도록 황홀한 가슴과 엉덩이를 소유하고 있었다.

고상지는 자기도 모르게 왕방울만한 부랄을 덜렁거리며 다가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알몸을 쓰다듬었다.

“아, 후누 장군은 복 받은 남자로군. 밤마다 이토록 아름다운 미인을 끌어안을 수 있으니.”

고상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고상지는 수경과 교접하며 멀리 북방에 떨어져 있는 호족출신의 아내를 생각했다. 늘씬한 수경과 달리 참새처럼 작은 아내는 금기가 많았다. 쟁반만한 손으로 아내의 가슴을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지 못하게 했다. 가슴은 위로 부드럽게 쓰다듬되 황소만한 입으로 젖꼭지를 아프도록 오래 빠는 행위는 안 된다. 특히 거구에 대근을 가진 고상지가 아내의 엉덩이를 망가지게 하는 후배위는 안되고 다리를 엇각으로 벌리는 등의 이상한 행위도 골반에 이형을 일으키니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 저런 것 고려하다보면 별로 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아내에게 매여 있다가 형의 죽음으로 얼떨결에 대가야의 도독으로 부임한 뒤 그는 제왕의 입장에서 걷잡을 수 없이 교접에 탐닉했다. 자신의 지엄한 명령에 따라 가야 여인들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취했다. 자유분방한 남방의 딸들은 잠자리에서도 그 독특한 각색의 취향들이 여지없이 드러냈다. 어떤 여인은 미처 손 쓸 틈새도 없이 입과 혀가 들어오고 거대한 고상지의 체구 위로 올라가 적극적으로 교접을 주도했다.

수경이 고상지에게 말했다.

“도독님의 온몸에 위엄과 위풍당당함이 넘쳐흐릅니다.”

고상지가 만족한 어투로 말했다.

“과연 그런가?”

“몸으로는 천하의 주인 광개토태왕도 못 따라올 것입니다.”

대근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감히 그런 무엄한 말을!”

우리말 어원연구

살피다. 【S】sarpi(사르피), sripida(스리

피다). look into, observe.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