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독립운동가’서 발췌
‘잊혀진 영웅들, …’ 발간
숭고한 독립정신 각각 소개
#이회영(1867~1932)과 그의 여섯 형제들은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였다. 하지만 그들 중 다섯 형제가 순국했다. 전 재산을 급매해 독립자금으로 사용했고, 만주로 가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3500명의 독립군을 길러냈다. “이보게. 내 이 돈을 전부 줄테니 한 가지 부탁하세. 앞으로 수많은 조선 젊은이들이 이 강을 건너올 걸세. 그 때 그들을 잘 부탁하네” 이회영이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갈 때 뱃사공에게 한 말이다.
#남자현(1872~1933)은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맡은 배역의 실제 주인공이다. 그는 의병활동으로 전사한 남편을 뒤를 이어 중국으로 건너 가 독립군의 뒷바라지를 도맡았다. 그가 순국하자 하얼빈에서는 그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렀다. “만일 너의 생전에 독립을 보지 못하거든 너의 자손에게 똑같은 유언을 하여 내가 남긴 돈을 독립 축하금으로 바쳐라” 살아생전 그의 유언이었다.
광복절이 다가오고 있다.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운동가는 약 2만여 명. 하지만 아직도 어딘가에 잠들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가 많을 것이다. 불과 백년도 되지 않은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중심에 선 그들의 이름과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의미있는 책이 나왔다. 광복 72주년을 맞는 이번 여름, 단숨에 읽기 좋은 책이다.
독립운동 잘못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을 희생하며 고군분투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면 해방된 조국에서 마땅히 보훈을 받아야 하건만, 대한민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몇몇 이름 있는 인물은 국가 차원의 대우를 받았지만, 다수는 잊혀졌다.
이런 기 현상은 대한민국 건국주체세력의 아이러니에서 빚어진 것이지만 외세의 개입과 남북분단이라는 국내외 정세도 한 몫 거들었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1950~60년대 상황은 독립운동을 차분히 돌아보고 되새김할 겨를조차 앗아갔다.
그래도 1990년대부터는 독립운동에 대한 국가의 보훈이 본 궤도에 올랐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특히 1992년부터 국가보훈처가 매달 발표하는 ‘이 달의 독립운동가’도 어느덧 4반세기를 지나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소개했지만 대개 일반인이라면 들어본 적도 별로 없을 법한 ‘숨은’ 독립운동가들이 주축을 이뤘다.
<잊혀진 영웅들, 독립운동가>는 그들 가운데 67명을 골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역사 전공자라 해도 생소한 이름일 이원대나 한징 등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꽃처럼 떨어져 간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간결하게 읽을 수 있다. 각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는 개별적이지만, 독립운동 최전선에서 음양으로 분투하던 사람들을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접할 수 있다.
저자인 정상규씨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공군에 자원, 장교로 복무 중 ‘독립운동가’ 앱을 개발했고, 현재도 이를 운영하며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 독립운동가를 알리고 있다. 320쪽. 휴먼큐브. 1만5000원.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