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열강들의 심상찮은 태도변화
북한문제로 위기에 빠진 한반도
더는 민족적 선의로만은 풀수 없어

▲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후 안보리)는 현지시간으로 8월 6일 대북한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주지하다시피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하여 안보리가 대북제재 조치를 보다 확대·강화한 것이다. 이번 안보리 결의 내용은 지금까지의 결의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한다.

그 강력함에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특히 이번에는 기존 결의에서 예외가 인정되었던 북한의 석탄·철·철광석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납·납광석·해산물 수출금지 및 북한 해외노동자 고용 제한 조치를 새로이 도입, 북한의 외화 수입을 10억달러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10억달러는 북한 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써 북한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문제는 이번에도 꼭 들어가야 할 전략물자 제재, 즉 대북 석유공급 제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기대 또한 난망이다.

그 동안 문재인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대북 대화제의를 했었고,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대북문제는 한국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G-20 함부르크 정상회의 기간에는 소위 ‘신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여 북한에 대하여 남북대화 재개를 제의했다. 심지어 지난 7월27일에는 환경영향평가를 핑계로 사드미사일 배치를 유보하다시피 하면서 북한에 대하여 대화를 애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면전에서 보란 듯이 대륙간탄도탄급의 미사일 발사로 남한의 대화제의를 짓밟아 버렸다.

이런 장면에서 문득 2006년 10월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던 당시가 떠오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마당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북지원을 지속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하며 낙담했고, 대북 강경론으로 선회할 뜻을 밝혔다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력하게 항의하여 그 다음 날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은 바뀌었다. 그리고 이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실험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묘하게 지금의 상황과 겹쳐져 보인다.

현재 국제정세는 그 때보다 더 심각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은 중국의 혈맹’이라는 말을 해버린 것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지금까지 이 말은 일종의 금기어였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 말을 뱉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게다가 미국의 노련한 국제정치학자이자 전직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 박사가 주한미군을 대중국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한반도 교차승인 구도를 제안했던 것으로 유명세를 탔던 박사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에는 감탄하지만 한·미 동맹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노는 듯한 태도에 아연 실색하게 되는데, 그만큼 한반도가 위기상황인 것이다.

이제 북한문제는 더 이상 민족적 선의로 풀 수 없을 것 같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그리고 대량살상무기로 문제를 풀겠다면, 대한민국도 그에 걸맞은 군비증강으로 대비해야 한다. 어차피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현 상태에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이루어질 때까지 고의적 일탈과 도발을 감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국방비를 증액하고 킬체인(Kill-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그리고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를 갖추는 것은 한시가 급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다가도 북한의 대화하자고 하면 금방 돌아서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옅은 미소를 흘리며 회담장으로 나갔던 우리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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