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보조란 주된 어떤 것을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도와 부족함을 보태어주는 동시에 스스로 중심이 되어 타자의 방향을 끌어주는 것을 말한다. ‘공뚜껑’은 하나의 옹기가 탄생하기까지 없어서는 안 될 보조적 수단이자 주체성을 가진 중심 도구이다.

공뚜껑은 소성을 위해 가마 안에 날 그릇을 차곡차곡 쟁여 넣는 가마재임을 할 때 사용하는 점토판이다. 덜 마른 그릇과 그릇이 서로 붙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뚜껑(사진)의 재료는 구워지는 그릇과 같은 종류의 흙이다. 겉에는 백토를 발랐다. 생김새는 원반인데 가장자리 서너곳에 긴 타원 모양으로 따 놓은 형상이다. 이 구멍을 통해 산소는 쉽게 드나들 수 있었고, 불길이 고르게 전달돼 고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공뚜껑의 크기가 다르고, 긴 타원 모양의 개수도 다르다.

‘공뚜뱅이’라고도 불리는 공뚜껑이라는 명칭은 옹기장인들이 공뚜껑 제작비를 따로 받지 않고 ‘공짜로 만들어준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분업화되어 있던 시절에도 옹기장인은 그릇을 제작할 때 공뚜껑도 함께 만들었다. 가마에 쟁여 넣을 그릇의 수와 공뚜껑 수를 맞추어야 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다 옹기장인이 직접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고임뚜껑­굄뚜껑’이 부르기 좋게 변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 옹기와 함께 흙을 빚어 만들었으나 직접적으로는 ‘돈이 안되는 공짜 옹기’라는 뜻도 있을 성 싶다.

공뚜껑을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그릇을 한 번에 구울 수 있었고 생산비용도 절감됐다. 그릇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전 부분을 잡아줌으로써 파손될 위험성을 줄여주었다. 공뚜껑은 옹기장인의 세심한 손끝에서 탄생한 비밀의 도구가 아닌가 싶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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