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란 주된 어떤 것을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도와 부족함을 보태어주는 동시에 스스로 중심이 되어 타자의 방향을 끌어주는 것을 말한다. ‘공뚜껑’은 하나의 옹기가 탄생하기까지 없어서는 안 될 보조적 수단이자 주체성을 가진 중심 도구이다.
공뚜껑은 소성을 위해 가마 안에 날 그릇을 차곡차곡 쟁여 넣는 가마재임을 할 때 사용하는 점토판이다. 덜 마른 그릇과 그릇이 서로 붙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뚜껑(사진)의 재료는 구워지는 그릇과 같은 종류의 흙이다. 겉에는 백토를 발랐다. 생김새는 원반인데 가장자리 서너곳에 긴 타원 모양으로 따 놓은 형상이다. 이 구멍을 통해 산소는 쉽게 드나들 수 있었고, 불길이 고르게 전달돼 고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공뚜껑의 크기가 다르고, 긴 타원 모양의 개수도 다르다.
‘공뚜뱅이’라고도 불리는 공뚜껑이라는 명칭은 옹기장인들이 공뚜껑 제작비를 따로 받지 않고 ‘공짜로 만들어준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분업화되어 있던 시절에도 옹기장인은 그릇을 제작할 때 공뚜껑도 함께 만들었다. 가마에 쟁여 넣을 그릇의 수와 공뚜껑 수를 맞추어야 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다 옹기장인이 직접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고임뚜껑굄뚜껑’이 부르기 좋게 변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 옹기와 함께 흙을 빚어 만들었으나 직접적으로는 ‘돈이 안되는 공짜 옹기’라는 뜻도 있을 성 싶다.
공뚜껑을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그릇을 한 번에 구울 수 있었고 생산비용도 절감됐다. 그릇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전 부분을 잡아줌으로써 파손될 위험성을 줄여주었다. 공뚜껑은 옹기장인의 세심한 손끝에서 탄생한 비밀의 도구가 아닌가 싶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