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걷기 열풍과 함께 울산에도 많은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태화강십리대숲길, 태화강백리길, 솔마루길, 강동사랑길, 편백숲길, 명덕수원지둘레길, 두현저수지길등 다양하다. 이같은 산책길은 조깅을 즐기는 젊은층은 물론이고 과격한 운동이 부담스러운 노년층에게도 인기다. 집 가까이에서 틈나는대로 자연을 만끽하며 운동을 할 수 있기에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높여준다.

문제는 이런 산책길을 조성해놓고는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 속의 산책길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므로 큰 정비를 요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섬세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엉망이 되고 만다. 풀이 자라나 산책길을 침범하기도 하고, 쓰레기가 뒹굴기도 하고, 음식물 찌꺼기로 인해 벌레가 우글거리기도 한다. 벤치나 데크, 가로등이 부서진채 방치돼 있는 경우도 없지 않다. 길섶을 이용해 텃밭을 일구는 얌체족들로 인한 주변환경 훼손은 더 심각한 문제다.

울산대공원 인근 산책로가 불법경작을 위한 시설물과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울산시와 시설공단이 불법경작을 없애려 편백나무를 심는 중이지만 부서진 나무의자, 스티로폼, 장판 등 폐기물이 늘려 있는 것을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예 울타리를 만들고 천막을 쳐서 사유공간인양 해놓은 텃밭도 있다.

두현저수지 둘레길도 산책길 옆으로 풀이 무성하고 곳곳에 쓰레기도 널브러져 있다.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내다시피한 저수지에는 스티로폼과 각종 쓰레기들이 그득하다. 수변공간을 즐기기 위해 조성된 저수지 둘레길의 장점을 살리기는커녕 산책객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많은 예산을 들여 수시로 보도블럭만 갈 뿐 인도 관리는 소홀하기 이를데 없다. 태화강 북쪽 강변도로를 달리면 인도 위에 불쑥 솟아 있는 풀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여름철 무성하게 자라는 풀을 제때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많은 노동력과 예산을 수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시도 때도 없이 많은 인력이 매달려 있는 태화강변의 꽃밭을 볼 때면 ‘보여주기’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하는 말이다.

여행의 트렌드가 도시탐방으로 바뀌고 있다. 도심 골목길, 숲속 산책길, 바닷가 걷는길이 곧 관광자원인 시대다. 볼거리가 한정된 특정 관광지 보다 도시를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자연과 삶을 동시에 느끼는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다. ‘올해만 방문의 해’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관광도시가 되려면 깨끗한 길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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