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4년 일제에 징집돼 버마 전투에 참가한 조선인들.

한 70대 일본인이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강제로 징병당했다가 희생된 군인과 군속의 명부를 20여년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주인공은 학원강사 출신인 기쿠치 데아키(菊池英昭·75)씨.

기쿠치 씨는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군인 혹은 군속으로 징병당했다가 전쟁에서 숨진 한반도 출신자 명부를 정리한 책 ‘구(舊)일본군한반도출신군인·군속사망자명부’를 최근 펴냈다.

책에 적힌 사람들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전달한 한반도 출신 전사자 명단 속 2만 2000명이라고 도쿄신문이 9일 전했다.

한국 시민단체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의 일본 소송을 돕다가 이 명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기쿠치씨는 지난 1993년부터 일하는 중간 짬을 내 각 인물별로 자세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과거 군부대 기록 등 다양한 과거 자료를 찾아 생년월일, 소속부대, 사망이유, 본적지 등 14개 항목으로 책에 적어 넣었다.

마이니치는 한반도 출신 징병자의 명부가 책으로 출판된 것은 처음이라며 한반도 출신자들이 전쟁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전할 귀중한 자료라고 소개했다.

역사학자인 우쓰미 아이코(內海愛子) 케이센가쿠인대(惠泉學園大) 명예교수는 “기쿠치씨의 집념으로 한반도 출신자들이 어떻게 끌려왔고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있게 됐다”며 “책을 보면 일본의 전후 처리가 얼마나 불충분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쿠치씨는 “겨우 완성을 해서 다행이다”라며 “책을 가지고 전몰지(戰歿地)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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