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중국으로 송환된 사기 용의자들.

중국이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에서 활동하던 자국 국적의 사기단 일당 77명을 붙잡아 한꺼번에 데려오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피지 야권과 국제인권단체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피지 주재 중국대사관과 피지 경찰은 8일 공동성명을 통해 피지에 머물며 중국 본토인들을 상대로 미화 89만 달러(10억 원) 규모의 통신 및 온라인 사기극을 벌인 일당을 공동 수사 끝에 붙잡아 지난 4일 중국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양 측은 이들이 비자 규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며 함께 한 달간 수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송환된 이들은 피지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도 본토 중국인들을 상대로 불법 도박 및 복권 사이트를 운영해온 조직의 일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중국 관영언론은 피지에서 추방당한 이들이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도착한 모습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 사기 용의자는 수갑을 찼으며 얼굴은 눈과 입 부분만을 드러낸 복면을 쓴 모습이었다.

각각 번호가 붙은 조끼도 입고 있었다.

사기 용의자들이 대거 송환됐다는 소식에 피지 야당과 국제인권단체들은 각각 우려를 제기했다고 호주 ABC 방송이 8일 보도했다.

▲ 지난 5일 중국으로 송환된 사기 용의자들.

야당인 국민연합당(NFP) 지도자인 비만 프라사드는 피지 경찰의 수사 능력에 의심이 든다며 중국 경찰을 불러들여 함께 수사를 벌인 데 대해 비판했다.

또 다른 야당인사는 이번 사기 사건뿐만 아니라 피지에서 이미 많은 다른 작전이 수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이들이 피지에서 처벌받지 않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기회도 얻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다”며 송환자들이 얼굴이 완전히 가려진 채 중국에 도착한 모습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에는 인도네시아 당국이 대만인 22명을 포함한 143명을 사이버 사기혐의로 체포해 중국에 송환했다.

당시 대만은 자국 국적자들을 중국으로 보내는 데 강력하게 항의했다.

또 지난달에는 캄보디아 당국이 본토의 중국인들을 향해 사기를 저지르던 일당 약 200명을 붙잡아 중국에 송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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