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로힝야족 인권문제 등을 제기한 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과거 군부정권에서 물려받은 관영 매체를 정권 홍보의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치 국가자문역은 자신이 주도하는 소수민족과의 평화협상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7일 만달레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영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정부 발표를 신뢰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수치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과 관련 “관영 신문을 읽고 국영방송인 MRTV를 통해 발표되는 뉴스를 들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국경검문소 습격사건 이후 미얀마군이 무장세력 토벌을 빌미로 로힝야족 주거지를 봉쇄하고 벌인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관한 언론 보도와 정부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내놓은 발언이다.

당시 독립언론과 외신은 미얀마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방화·성폭행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도했으나, 미얀마 정부는 이를 전면부인했다.

미얀마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자국 내 독립언론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관영매체를 동원해 서방언론의 보도를 적극적으로 반박해왔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아이콘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는 지난해 4월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면서 반세기 동안 이어져온 군부 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수치 집권 이후 언론 자유는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퇴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전히 경찰권을 손에 쥔 군부는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들을 잡아 가두고 있으며, 독립언론들을 압박해 자기검열을 강요하고 있다.

▲ 언론탄압 비판하는 미얀마 언론인들과 시민운동가들.

또 최근 미얀마 정부는 내외신에 로힝야족 거주지에 대한 ‘제한 없는 취재’를 허용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군인들이 취재진을 감시하거나 질문을 제한하는 등 군부 통치 당시 언론통제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그뿐만 아니라 수치는 현지 언론과는 좀체 인터뷰하지 않고 자신이 필요할 경우에만 일부 외신과 만난다.

미얀마 언론협회 회원인 민트 초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수치는 선전 매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관영 언론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얀마에서 언론인을 교육해온 인도 출신 언론인 겸 학자인 비다약 다스는 “수치는 2012년 검열제도 폐지 후 빠르게 성장하는 독립언론의 지지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다”며 “그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정부 및 자신의 입장과 언론 사이에 적절한 접점을 찾거나 해명을 하기는커녕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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