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기’- ‘감추기’ 2중구조...두 인생의 교직(交織) 잘 묘사

▲ <타나토스가 숨어 있는 그림>

모두북스 3번째 책

드러내고 감추고 드러내고 감추고, 또 드러냈다가 감추었다가 드러낸다.

1980년 ‘푸른 유월’로 소설문학에 제1회로 당선된 권유(權瑜) 작가의 새 장편소설 <타나토스가 숨어 있는 그림>은 ‘드러내기’와 ‘감추기’의 2중구조다.

드러내기(1), 감추기(1), 감추기(2), 드러내기(2), 감추기(3), 감추기(4), 드러내기(3), 감추기(5), 드러내기(4) 등 전부 9부로 구성돼 있다.

“나는 비겁하고 겁이 많아서 민주화에 휩쓸린 적도 없고 섣불리 술 마시고 택시 타고 박정희를 욕했다가 경찰서에 끌려가서 치도곤을 당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런 말을 루머로 듣고 그냥 몸을 움츠린 적은 있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던가, 친구는 경찰서에 끌려가면 못 당할 것이라고 했었다.”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배경으로 숨가쁘게 살았던 인물들을 그린 이 소설의 공시성(共時性)이 통시(通時)의 관점에서도 공감을 줄만하다.

33살에 등단한 작가는 올해 70살이다.

그러나 그는 추옹(醜翁)이라는 이름으로, 등단 이후 37년 동안 전직 소설가이자 자칭 무명작가로 지내왔다.

등단 이후 3~4년 뒤에 소설문학이 노동쟁의에 휩쓸려 자진 정간(停刊)을 하는 바람에 그냥 유성(流星)이 되어 버렸다.

당시 심사위원은 이병주, 이범선, 박완서 선생이었다.

“당시 서울시청에 상주하고 있던 문예 검열단이 당선을 취소하라고 해서 당시 편집장이, 이미 본인한테 당선 통지까지 해서 당선을 취소시킬 수가 없다고, 또 나이 33살에 늦깎이로 등단하여 평생 소설을 쓸 사람이라고 버티니까, 당시 검열단장인가 누군가가 몇몇 작품을 삭제한 다음 발표하라고 했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기쁨이 기쁨일 수만도 없듯이 슬픔이 슬픔일 수만도 없다. 인생의 행불행(幸不幸)을 공평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떤 굴곡진 인생이든 음미하고 곱씹을 만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작가는 ‘드러내기’와 ‘감추기’의 2중 구조를 통해 두 개의 인생이 세월의 궤적 위에서 서로 교직(交織)되어 있다는 점을 잘 묘사한다.

굴절(屈折) 인생의 우여곡절과 감칠맛과 행불행을 오금이 저릴 정도로 곰살갑고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한 축은 작고 희미한 파문처럼 그렇게 스러져가 버린 인생의 이야기다.

이 나라 이 시대의 할큄이 한 인생을 어떻게 비참하게 뒤흔들어 놓았는지 감추고 싶은 부분들을 고발한다.

다른 한 축은, 그렇다고 떳떳하게 굳이 드러내 놓고 싶은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감추기의 대립 항에 속하는 그런 부분들이다.

작품의 시대 배경이 한참이나 지나간 과거라고 해서, 또는 실제의 작품 집필 시기가 한참 오래 되었다고 해서 재미마저 퇴색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온라인으로 곁불 쬐듯 숨어 있는 그림을 엿보았던 독자들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팩트(fact)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경북 봉화 출신으로, 권행(權幸)의 35대손이다.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작품집으로 <탈출유예> <질투> <누항사>가 있다.

<타나토스가 숨어 있는 그림>은 협동조합출판사 modoobooks(모두북스)가 내놓은 3번째 책이다. 464쪽, 2만원.   디지털뉴스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