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러 국영 에너지업체 경영 참여…獨총선 앞두고 정계 복귀 기지개?

▲ 독일 사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슈뢰더 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전에 7년간 독일을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73) 전 총리의 퇴임 후 뜻밖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05년 독일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에 패배한 뒤 슈뢰더는 전임자처럼 남은 정치 인생을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저서를 집필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뜻밖에도 퇴임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손잡고 친러 기업가로 돌변하면서 그를 지지하던 많은 독일인을 실망시켰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일간 RBK를 인용, 슈뢰더 전 총리가 최근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이사직을 제안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 측은 독일 언론에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로스네프트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1998∼2005년 총리를 지낸 그는 퇴임 이후 지난 10여 년간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대주주로 있는 러시아 내 여러 에너지업체의 컨소시엄에서 이사로 재직해왔다.

1998년∼2005년 총리를 지낸 슈뢰더는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으로 재직한 푸틴과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고 한때 푸틴을 “흠잡을 데 없는 민주주의자”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푸틴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하며 미국이 로스네프트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던 날 공교롭게도 슈뢰더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과 70세 생일파티를 연 사실이 알려져 뭇매를 맞기도 했다.

슈뢰더는 총리 재직 당시 푸틴과 러시아산 가스를 서유럽으로 공급하는 ‘북유럽가스관(NEGP·노드스트림)’ 건설 협정을 체결했다.

퇴임 이후 그는 이 가스관 운영을 위해 러시아 가스프롬과 독일이 합작으로 설립한 업체의 감독위원회 의장에 취임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기간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슈뢰더의 이런 행보를 서구 정치인들이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에서 직면하는 이해충돌 양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에너지업계에서 활동하느라 독일 정치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던 슈뢰더는 지난달 사회민주당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서면서 최근 독일 정계에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연설에서 그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공개적이고 강하게 비판하는 게 마땅하다”며 나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방위비를 부담하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무시할 것을 촉구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WP에 따르면 총선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과 대결해야 하는 사민당에는 그의 정치적 조언이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스텐 베너는 슈뢰더가 “메르켈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보여준 선거에 강한 인물”이라며 현재 정치 라이벌인 기독민주당에 최소 15%포인트 뒤지고 있는 사민당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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