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은퇴투어 극구 사양...각 구단 어린이 팬 초청키로

 

화려함은 줄이고, 의미는 키운다.

KBO리그 사상 첫 은퇴 투어의 주인공이 된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사진)은 ‘감사 인사를 할 짧은 시간’만을 원했다.

“방문 경기에서 화려한 행사를 하는 건, 홈팀에 대한 실례”라는 철학 때문이다. 삼성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도 고려했다.

‘국민타자’의 은퇴 투어가 더 화려하길 바라는 팬도 많다. 은퇴 투어를 기획한 KBO와 기꺼이 받아들인 상대 팀도 ‘이승엽 명성에 걸맞은 행사’를 준비하려 했다.

하지만 주인공 이승엽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타협안이 나왔다. 행사는 화려하지 않게 하되, 한국 야구에 크게 공헌한 이승엽의 마지막 방문을 기념할만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 절충안에 충실하고자, 9개 구단은 고민 중이다. 은퇴 투어의 첫 페이지를 여는 한화 이글스가 가장 부담스럽다.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리는 삼성전에서 ‘이승엽의 마지막 대전 방문’을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 이승엽에게 안길 ‘뜻깊은 선물’도 마련했다.

은퇴 투어 첫 행사는 타 구단에 ‘기준’이 될 수 있다.

한화는 삼성을 통해 이승엽의 뜻을 전달받아 ‘화려하지 않지만, 뜻깊은 행사’를 준비했다.

이승엽은 KBO와 타 구단에 몇 가지 제안을 받았고 대부분 정중히 사양했다. 그가 유일하게 “꼭 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힌 행사는 ‘어린이 팬 사인회’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보다, 어린이 팬에게 추억을 남기는 게 더 의미 있다”는 이승엽의 생각 때문이다.

홈팀을 응원하는 어린이 팬들에게도 국민타자 이승엽은 좋은 롤모델이다. 일단 각 구단과 KBO가 은퇴 투어가 열릴 때마다 어린이 팬 30명씩을 선정해 이승엽 팬 사인회 초대권을 준다.

한화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승엽의 등 번호 36번을 떠올려 어린이 팬 36명에게 이승엽과 만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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