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박지는 첩보와 세작활동 강화를 지시한 뒤 지류 신료들에게 말했다.

“고구려 태왕께서 가야를 형제국으로 여기시어 태자 거련과 동무할, 가야 아이의 입양을 원하셨소.”

박지 집사의 말을 들은 신료들이 수군거리며 얘기를 나눴다.

“이건 가야아이를 입양해 새로운 대가야의 왕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오?”

“예쁜 남자아이를 잡아가 왕의 노리개로 쓸 수도 있소.”

“풍문에 의하면 대가야의 아이를 입양해야 병약한 태자가 건강해진다는 무당의 말을 믿고 입양한다는 것이라던데.”

“나도 그런 소문을 들었소.”

박지가 가는 염소소리로 말했다.

“다들 조용히 하시오. 고상지 도독님과 내가 3수위 이상 씨품 중에 거련 태자와 나이가 같은 또래아이를 물색한 결과, 최종적으로 나의 아들인 구야를 고구려로 보내기로 했소. 이 사안에 대해 반대가 있습니까?”

 

 

조정의 신료들은 박지 앞에서 반대를 했다간 바로 목이 달아나는 상황이라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고 나지막하게 속살거렸다.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반대는 왜 묻지?’

‘박지 집사가 칠뜨기 같은 자기 아들을 태왕의 자식으로 입양시켜 대가야의 왕으로 삼을 작정이군.’

‘결국 고구려에 볼모로 가는 건데 아이를 잡혀서라도 자신의 영달을 누리고 싶은 게지.’

‘언제 씨품 3수위 이상의 아이들을 물색했다는 거지? 제 혼자 결정한 주제에.’

대가야에도 신라의 골품제와 비슷한 씨품제가 있었다. 타고난 씨품은 상수위, 2수위, 3수위, 4수위로 나눠져 있었다. 대가야 왕족인 뇌질주일씨는 상수위, 금관가야 왕족인 뇌질청예씨는 2수위, 그밖에 신라 알지씨와 갈성씨 등 대성은 3수위, 백제 부여씨 허씨 등 소성은 4수위로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상수위는 1품 신지까지 전 품직을 다할 수 있고, 2수위는 2품 축지까지, 3수위는 4품 검말까지, 4수위는 7품 읍차까지만 관등 상승이 가능했다. 씨품의 수위 이동은 불가능했지만 고구려 고상지의 섭정 이후로 씨품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 박씨, 고씨가 상수위가 되어 1품직에 오르고 뇌질씨는 상수위에서 4수위로 족강되는 등 씨품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박지가 말했다.

“그럼, 반대가 없는 고로 만장일치로 제 아들 구야를 고구려로 보내는 것으로 결정하겠소.”

“예잇.”

그때 대정전의 휘장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구 맘대로 집사의 아들 구야를 고구려에 보내? 고구려에는 후누 군신지의 아들 꺽감을 보내겠소.”

휘장을 걷고 나온 사람은 고상지 도독이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사람. 【S】sariam, sarama(사리암, 사라마),

human. 【S】sar, sari(사르, 사리)는 ‘살다’라는 뜻으로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자’(live along), ‘생명이 있는 존재’(vital life)라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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