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나 세상사나 이치는 같아
남의 넘침 보며 자신의 부족 느껴
채우고 덜어내며 균형을 잡아가야

▲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개인인간사나 세상사나 뭔가 부족하면 채우면 되고 흘러 넘친다면 덜어내면 될 일이다. 사람사는 거 별거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 울산의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대구의 날씨를 속칭 ‘대프리카’라고 하듯이 울산의 날씨를 ‘울프리카’라고 해도 괜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자연의 섭리인 뜨거운 날씨에 대해 한낱 인간인 주제에 너무 심하니 조금만 자중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5℃ 정도를 덜어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뜨거움이나 후덥지근함이 넘친다면 덜어 낼 것이요, 덜어 낼 수 있다면 그나마 견디기 수월할 것이다.

직장다니는 남자는 토·일요일에 집에 있으면서 부인에게 집안 청소 상태에 대해 잔소리를 하곤 한다. 그러면 부인은 어김없이 가사분담을 이야기 하면서 옆집이나 윗층 아저씨는 음식물 쓰레기나 집안 청소를 많이 도와준다고 오히려 불만을 토로한다. 스스로 청소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부부유별이라는 옛 생각으로 각자의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떨쳐 내기가 어렵고 자신의 피곤함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이나 사회모임의 술자리에서도 한참 재미나게 시끌벅적 술을 마신 후에 어느 순간 서로 언성이 높아지는 원하지 않는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후배가 평소에 선배에 대한 말투나 행동이 버릇이 없다거나 선배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후배들에게 막 대한다 등의 이유일 것이다.

부하직원은 상사의 리더십이 못마땅하고 상사는 부하직원의 일처리가 자신이 그 지위에 있을 때 보다 턱 없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상사는 부하직원이었을 때 그다지 유능한 직원이 아니었고 현재의 리더십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부하직원도 일처리가 매끄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사성도 그다지 밝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밀어주고 끌어주면 이러한 서로의 부족은 금방 채워지는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신의 입장보다 남의 처지를 먼저 고려해 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나는 이래서 잘하고 있는 것이고, 네가 부족하지만 내가 참고 가고 있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타인에 대한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대한 배려나 존경을 조금씩 보충하고 과도한 자존심은 조금씩 덜어내면 원만해진다. 자존심의 꽃이 떨어지면 인격이라는 열매가 맺힌다고 하지 않는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다가 투옥되어 밤새도록 고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상당히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빼앗긴 자신의 조국을 되찾는다는 정당성을 가진 자신 보다도 남의 것을 불법적으로 탈취한 것을 지키려는 일본인 순사가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안창호 선생은 석방된 이후에 그 어떤 일본 순사들보다 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독립운동에 매진한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남의 넘침을 보면서 자신의 부족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리라.

요즈음 울산 정계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가히 입당러시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민주당에 입당한 것을 축하해 주는 것을 넘어 동반입당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0년 동안 울산에서 민주당원을 처음 본다는 농담을 들은 것이 엊그제인데 확실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시절이다. 20명이 넘는 울산광역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달랑 1명 뿐이다. 남구의회 14명의 구의원 중에도 민주당 의원은 고작 비례대표 1명이다. 이같은 기괴한 울산의 정치지형에 대한 변화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영역에서도 부족한 부분은 과감하게 채워넣어야 할 것이고 넘치는 부분은 주저없이 덜어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균형잡힌 울산이 될 것이다.

우리는 광고의 문구를 빗대어 뭔가 2% 부족하다는 말을 재미삼아 하곤한다. 정말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넘치는지를 직시하여 과감하게 10% 정도는 채워넣고 덜어내는 울프리카의 시민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 싸우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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