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 대형 국책사업들 무산 위기
새정부 들어 홀대론으로 시민들 격앙
정당·이념 떠나 울산미래 위해 합심을

▲ 신형욱 사회부장

‘울산 국립공공병원(국립산재모병원) 좌초 위기감 고조­정부 부처간 사업 떠넘기기’ ‘국립산박 비합리적 예타 희생양 우려­도시인구 규모가 성패 좌우’….

최근 본보의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한 제목들이다. 이들 사업은 울산시가 이전 정부 때부터 추진해 왔던 숙원사업으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한축을 담당했던 산업수도 울산으로선 당연하고도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이전 정부 때부터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추진 성패의 최대 관건인 예비타당성조사를 쉽게 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시민의 강력한 지지 속에 지역 행정과 정치권 등이 총력을 기울이면서 규모는 대폭 축소됐지만 결실을 맺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새 정부 들어 비관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사업자체가 무산 또는 좌초될 위기에 처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립산재모병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과 충돌하면서 물거품이 될 우려가 크다. 김기현 시장이 두 병원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설득에 나섰지만 병원 설립의 목적이나 방향성이 달라 추진 주체를 두고 정부 부처간 서로 떠넘기는 모습이다. 그동안 산재모병원 건립 추진을 주도했던 고용노동부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이 보건복지부 사업이라고 발을 빼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법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공공병원의 현실화가 어렵다며 고용부에 다시 떠넘기려고 하는 등 부처간 핑퐁게임에 갈 길을 잃고 있다.

국립산업박물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 인구의 2.3%에 불과한 울산에 건립될 박물관을 두고 전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울산에 박물관을 건립하는데 드는 비용을 세금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또 얼마나 낼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설문방식도 문제지만, 급기야 최근에는 직업복귀율 등 직업복귀개선에 대한 편익, R&D 편익 등을 울산시 등이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럴 거라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정부 주도로 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두 사업 모두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뿐만 아니다. 십수년의 진통 끝에 어렵사리 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의라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는 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 건립 사업도 의외의 복병으로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근 취임한 환경부 장·차관이 케이블카 등 설치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동력상실 우려가 있다.

어렵사리 만들어낸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생태제방안도 너무나 쉽게(?)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서 퇴짜를 맞았다. 여기엔 손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당장의 보호방안은 물론 울산이 현재 겪고 있는 물부족 실태 등에 대한 고려 등은 아예 없다. 문화패권주의라고 공식 반발할 정도로 울산시는 격앙된 상태다.

울산이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주고 사먹고 있는 낙동강의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문제에서도 울산은 객(客)일뿐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울산과 양산 등 인근 지자체와의 합의에 방점을 뒀으나 새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이은 백지화 관련 공론화위원회 구성, 운영 등에도 울산의 존재감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울산이 부산이나 광주였으면 이랬을까 하는 자조적 한탄도 흘러나온다. 정치 여건상 새 정부가 울산에 빚(?)이 없고 기반도 약해 ‘울산 홀대’를 넘어 존재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대선 때 지역에선 문재인 후보에 가장 많은 표를 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인구가 전국의 2.3%에 불과한 세력이 약한 광역시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속앓이도 있다.

물론 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울산을 홀대한다거나 무시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울산의 숙원사업이나 핵심현안이 새 정부 들어 울산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막 청년이 된 울산광역시의 시름이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당이나 이념을 떠나 울산시민 모두가 울산의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신형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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