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란 울산중구생활문화센터(종갓집예술창작소) 센터장

1990년대까지 울산시 중구 성남·옥교동 일대는 패션 1번지, 문화의 대표거리였다. 런던의 새빌 로우, 파리의 오드꾸뛰르 테일러들의 핸드메이드 맞춤 수트 부럽지 않은 모모양복, 서울양복, 경일사 등의 세련미 넘치는 양복점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을 돌려 그 거리를 상상해보면 멋을 아는 남성들이 옷을 맞추고, 여자친구와 영화도 보고, 찻집에서 쌍화차를 즐겼을 것이다.

이제는 원도심이라 불리는 이곳은 울산 근·현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고, 느리고 오래된 아름다운 것들이 집합된 볼수록 매력 있는 곳이다. 그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공공기관과 지역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주민 주체적 참여형의 마두희 축제를 꼽을 수 있다. 마두희 축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돼온 마두희라 불린 줄다리기를 축제로 풀어낸 것이다.

전통이란 결코 현대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역사·문화 도시의 발전이라는 것도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가치를 현재와 미래의 측면에서 새롭게 포장하고 창조해야 한다. 지역적 특성이 강한 생활문화와 민속의 영역을 색다른 관점의 지역 문화로 체계화하고 차별화된 문화적 특성을 부가해 상징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간다면 전통의 연속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를 만드는 인간의 지성은 따지고 보면, 예술가들이 예술을 만드는 지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덴마크의 미래학자인 롤프예센은 ‘정보화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꿈과 감성을 전해주는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을 접목한 창의적 발상이 필수가 되는 ‘문화감성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중구 원도심 일대는 곳곳에 공연장, 갤러리, 문화 창작 공간 등이 밀접해 있어 수시로 지역 전체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예술은 사치가 아닌 일상이자 보편적인 소재로 다루어져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 문화와 예술을 입혀 역사와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의 향기가 묻어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 수 있게 관심을 유도하고, 지역축제 등 공동체 프로그램에 자기 주도적 참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 마음껏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주민 친화적인 문화가 숨 쉬는 사람중심의 도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예술은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주민의 생활을 더욱 아름답게 바꿀 수 있으며 도시문화를 바꾸는 힘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문화의 거리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예술가와 주민들이 주축이 돼 지역축제와 같은 특성화된 문화콘텐츠를 구축하여 원도심이 복합 역사 문화예술의 도시, 지속 가능한 무공해 문화감성 아마존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란 울산중구생활문화센터(종갓집예술창작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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