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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투기에 대한 단상한국경제, 저성장·저고용시대
90년대 일본과 여러 지표 유사
부동산 폭락 日 사례 유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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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0  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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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선생님, 투기와 투자는 어떻게 다른가요?” 저명한 경제학 교수가 그의 은사에게 물었다. 은사는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답하였다.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일세.” 월스트리트의 저명한 풍자가였던 프레드 슈드는 “투기는 실패로 끝나지만 작은 돈으로 큰돈을 벌려는 행위이고, 투자는 큰돈으로 작은 돈을 벌려는 행위이다”라고 말하였다. 앞 이야기는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자체가 어렵다는 이야기이고 뒷이야기는 결과를 봐야만 투기인지, 투자인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실제 경제활동에 있어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투기를 투자와 구분하면서 경계하는 이유는 그 후유증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회자되는 대표적 투기사례는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투기이다.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유럽 최고의 부자국가였다. 돈이 넘치자 검소했던 국민들은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이 때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이 튤립이었다. 튤립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르자 시중에는 튤립 뿌리를 사 두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만연하였다. 거상이나 재력가들은 튤립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판단하여 일찍 시장에서 빠져 나왔지만 서민들은 너도 나도 튤립 매수에 뛰어들었다. 평범한 튤립 1파운드의 가격이 불과 1주일 사이에 노동자 한 달 봉급수준에서 5년 치 봉급수준으로 폭등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종국에는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튤립 가격이 갑자기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급전직하하는 상황이 되었고 일확천금을 노렸던 서민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처럼 투기는 누구에겐가 회복불능의 손실을 안겨다 줄 수 있으며 때로는 지난 금융위기 때처럼 시스템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쑹홍빙은 그의 저서 ‘화폐전쟁’에서 탐욕은 경제활동을 이끄는 원동력이지만 터무니 없이 커질 경우 사기, 약탈 등과 함께 투기를 야기한다고 주장하였다. 투기가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 즉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그 근원을 잘 짚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욕심이 투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심리적 촉매작용이 필요한데 심리학자들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기 과신’을 든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하며 언제든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성향이 있다. 그 결과 자신의 판단에 오류가 있어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불확실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위험한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 실험에서 각자에게 성공 가능성을 물어봤는데 응답자들은 자신이 성공할 확률은 70%로 답한 반면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은 39%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답했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 즉 자기 과신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이와 함께 투기가 확산되는 데에는 개인들이 다른 사람들의 결정을 참고해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그것이 또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정보 캐스케이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이 된다.

8·2부동산대책 이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아파트거래가 단절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투기성향이 한 풀 꺾이기를 기대하고 있고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은근히 다시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면서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고용 시대로 접어든 가운데 인구 구조 변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14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소비지출을 짓누르고 있다. 일시적으로 또는 국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지역만 찾아 족집게처럼 투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거시적 여건, 정책변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소문만 믿고 투기성 있는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부동산불패 신화를 이어가다 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과 함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일본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성장, 금리, 인구 등의 여러 지표가 90년대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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