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현장 / 경상일보 자료사진

한수원 이사회 결의 둘러싼
절차 하자·訴 제기 자격 놓고
신청인-한수원측 치열 공방
오는 31일 2차심리 열릴 예정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을 결의한 한수원 이사회의 적법성 여부를 다투는 첫 재판이 열렸다. 이사회의 개최 절차와 법적인 중단 근거에 대한 공방이 오간 가운데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 문제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구지법 경주지원 민사부는 10일 제2호 법정에서 김성열 부장판사 심리로 ‘한수원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심리는 지난달 서생 주민과 한수원 노조, 한전 소액주주들이 각각 신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김 부장판사는 신청인들의 신청 취지를 확인하고 피신청인인 한수원의 답변 접수 여부를 확인했다. 신청인 측 변호사들은 한수원 측의 답변이 전날 오후 제출돼 반박 서면을 제출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첫 심리는 6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심리에서 신청인 측은 지난달 14일 열렸던 한수원 이사회의 절차적·실체적 효력을 지적했다. 한수원이 이사회를 열면서 상법에 규정된 일주일 전 사전 통보 절차를 어겼고, 원자력안전법 상의 공사중단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중단을 결정한 만큼 이사회의 결의는 무효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전날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규정에 따라 이사진 전원의 동의를 얻어 이사회를 연 만큼 절차적인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원안법상 공사를 중단할 수 있는 사유가 있지만 이 외의 사유로도 중단을 결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특히 한수원 측은 신청인들의 가처분 신청 자격 여부에 대한 이의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공사 중단으로 인해 신청인들이 입는 피해가 없는 만큼 가처분 신청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답변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서생 주민들에게 자율유치 인센티브로 1500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사가 진행되거나 완공되면 지급하기로 했던 약속”이라며 “아직 중단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지도 않은 피해를 미리 예상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한수원 노조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일시 중단을 결의해 1000억원의 손실이 생기지만 한수원이 예비비로 떠안을 것”이라며 “이는 인건비 항목과는 별개로, 손실과 관련 없이 한수원 근로자는 같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신청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에 대해서는 “한전이 한수원의 100% 주주지만 한전의 주주는 한수원의 직접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소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청인 측은 다음 기일까지 반박서면을 준비하기로 했다. 다음 심리는 오는 31일 경주지원에서 속행된다.

한편 재판부가 다음 기일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별다른 사항이 없으면 다음 기일에서 심리가 종결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사안이 중대해 한차례 더 심리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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