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환자 돌봄에 평생헌신…파키스탄,국가장 선포

▲ 10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별세한 루트 파우 수녀의 생전 모습.

평생을 파키스탄에서 한센병 환자 등을 돌보는 데 헌신해 ‘파키스탄의 마더 테레사’로 불린 독일 출신 루트 파우 수녀가 1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7세.

11일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 등에 따르면 파우 수녀는 전날 신장 질환으로 숨졌다고 그가 입원해 있던 아가 칸 대학병원 의료진이 밝혔다.

1929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파우 수녀는 의사 자격을 취득한 뒤 인도로 파견돼 가려다 1960년 카라치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돌보는 자선 활동을 시작해 50여년을 파키스탄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2010년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처음 파키스탄에서 진료하던 때를 떠올리며 “내 나이 또래의 한 한센병 청년이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손과 발로 기어서 임시 진료소를 들어오는데, 그 때 이곳에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 2010년 파키스탄 남부 자티 마을에서 루트 파우(가운데) 수녀가 홍수 피해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파우 수녀는 파키스탄에서 5만명 이상의 한센병 환자를 치료했으며 그들이 살던 빈민굴에 현대식 전문종합병원과 한센병 센터를 만들었다.

현지 의사들도 교육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 파키스탄을 한센병 통제국으로 선포했다.

파우 수녀는 2010년 파키스탄 남서부에 큰 홍수가 났을 때는 8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일선에서 이재민들을 돕는 등 평생 봉사 활동을 그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돌보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봉사활동 때문에 1989년 파키스탄 정부가 민간인에 수여하는 최고 영예인 힐랄-에-파키스탄 상을 비롯해 2002년 막사이사이상, 2004년 알베르트 슈바이처 금상, 2015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주는 스타우페르 메달 등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파우 수녀 스스로 자신의 일생을 이야기한 ‘사랑하라, 끝까지 사랑하라’, ‘마음의 길을 밝히는 촛불’ 등의 저작은 한국에서도 번역돼 출간됐다.

▲ 10일 파키스탄 카라치에 있는 마리 아들레이드 한센병 센터에서 한 남성이 이날 별세한 루트 파우 수녀의 사진 앞에 초와 꽃을 두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오는 19일 세인트 패트릭 성당에서 열리는 파우 수녀 장례식을 국가장으로 선포했다.

샤히드 카칸 압바시 파키스탄 총리는 “파키스탄에서 한센병을 없애려는 그의 비할 데 없는 헌신에 온 나라가 빚을 지고 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맘눈 후사인 파키스탄 대통령도 “파키스탄에서 한센병을 종식하려는 파우 박사의 헌신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파키스탄은 파우 박사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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