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사회부 차장

6대 울산시의회가 임기 3년을 지나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적절한 감사, 대안제시로 선진 의회상을 구현하는데 노력해 왔지만, 아쉬운 대목도 여전히 많다. 최근들어 지방분권,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때보다 광역시의회의 자치단체 및 대정부와의 정책협의 등의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과연 집행부와 대정부를 상대로 한 울산시의원들의 의정활동 성적표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2014년 이후 3년간 지역현안 문제해결을 위한 대정부 ‘건의안’이 한 건도 없는 현상은 진정한 대의기관으로 성장하는데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해당기관에서 답변을 회신해야 할 의무로 영속성이 있는 건의안은 한 건도 없이 결의안만 잔뜩 채택해 전반적으로 정책입안 활동에 소극적이라는 눈총을 받았다.

시의회가 채택한 결의안은 2010년부터 2017년 7월현재까지 5대와 6대 시의회를 통틀어 41건에 달한다. 원전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 울산설립,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중단 촉구, 국립산업기술박물관 대한민국 산업발전 대표시설건립 촉구 결의안, 산재모병원 건립촉구 결의안,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입법촉구 결의안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결의안 중 상당수가 대통령 공약사업이나 울산의 미래먹거리 사업과 관련된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구속력이 떨어지는 결의안 대신 중앙정부의 향후 대응방안 등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은 건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의정활동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지난 6대 전반기 시의회의 경우, 의회의 공식적인 요구나 의사를 나타내는 건의안과 결의안도 특·광역시의회의 평균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지방자치 시대에 광역의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 지역의 정치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 그 이상이 된다. 국회나 정부 등에 보내는 결의안의 회신율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도 지방의회 스스로 개선해야 할 몫이다. ‘속 빈 강정’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의정활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민참여도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의정활동은 통하지 않는다. 여전히 의사당안에서 의원간 고성이 오가고, 편가르는 구태정치도 벗어나야 한다. 의원들 스스로 “집행부 눈치보느라…”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주어진 ‘견제와 균형’이라는 무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바둑에는 패(覇)가 있다. ‘패’는 바둑판에서 한 판 승부를 짓는 중요한 단초다. 때로는 바둑판 승부를 제쳐두고 패싸움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패싸움을 잘해야 바둑에서 이기는 것이 상례다. 지방자치, 지방분권으로 향해가는 이 길에, 기초의회는 몰라도 광역의회 정도는 집행부인 시는 물론 국회나 정부와도 지역현안에 대해서만이라도 마주앉아 협의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정도의 ‘패’를 가져야 한다.

앞으로 남은임기 10개월에 긍정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라도 겉보다는 속을 알차게 채워 ‘선진 의회상 구현’이라는 정치대마를 살릴 수 있는 절묘한 패를 써야 할때다. 그렇지 않고 그저 생생내기에 그치는 의정활동을 고집할 경우, 이 패는 시의원들 모두에게 패자라는 멍에를 안기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말뿐인, 무늬만 지역주민의 대의기관이 아닌 실제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진정한 지방의회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이형중 사회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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