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이’ 이어 종근당 영장 제동…수사권 조정 논의 속 향후 움직임 주목

최근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일탈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갑질’로 큰 지탄을 받은 기업인들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 이장한 종근당 회장.
▲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갑질 논란’에 휘말린 제약회사 종근당 이장한(65) 회장에 대해 10일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최호식(63)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에 대해서도 경찰 구속영장을 반려하고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이런 검찰의 조처는 기본적으로 대중의 관심이나 여론의 지탄과는 별개로 수사상 구속의 필요성이 있느냐는 법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사안에 대해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의 종결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기소 여부는 검사가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수사의 최종 목적은 기소해 유죄를 받아내 범죄자에게 국가형벌권을 실행하는 것이라는 이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는 증거 수집 상태와 법리 판단 등을 검토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보강 수사를 지휘한다.

아울러 최종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수사 과정이 적법한지 등도 검토하게 된다.

결국, 검찰의 불구속 지휘 배경에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와 적용 법리 등을 볼 때 경찰이 두 회장을 구속하는 건 무리라는 인식이 깔렸다.

그러나 경찰 일부에서는 검찰의 조처에 불만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회장에 대해 전직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협박을 하며 불법운전을 지시하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접대용으로 나눠준 혐의(강요·약사법 위반)를 적용했다.

검찰은 영장을 반려하면서 “일단 불구속 상태에서 범죄 소명을 더 명확히 한 후 신병처리에 중대 사안이 발견되면 재신청하라”고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이 최호식 전 회장에게 혐의를 적용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은 강제추행 외에 여직원을 호텔로 강제로 데려가려 한 체포 혐의를 추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혐의는 아니지만, 죄목을 늘려 구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잇따른 영장 반려는 구속의 필요성이 현 단계에서 제대로 소명되지 않거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양 기관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양측 판단이 엇갈리는 지점이 검찰 개혁의 중요한 안건 중 하나라는 점에서 ‘힘겨루기’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개헌을 통해 검찰이 독점한 영장청구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는 방안 등이 연관된다.

이는 현실적으로 초동수사의 97%가량을 사법경찰이 진행한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반면 검찰 개혁에 회의적인 쪽에서는 검찰을 통해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인권 침해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현행 법체계와 소송구조상 검찰이 수사를 종결하고 공소유지를 해서 유죄 판단을 받아야 하는 점에서 검사에게는 ‘수사의 주재자’이자 ‘공익의 담당자’로서 증거 수집이 적절한지,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없는지 등을 판단할 ‘인권옹호기관’의 역할도 있다는 게 주된 논리다.

검찰 개혁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을 놓고 검찰, 경찰의 미묘한 신경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향후 유사 사례가 나올지, 양 기관이 어떤 형태로 실무상 절충점을 찾아 나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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