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주 김금숙 작가
이옥선 할머니 삶 그린 ‘풀’
프랑스어 판 출간도 준비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기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룬 장편 만화가 나왔다. 프랑스에 살고있는 김금숙 작가가 이옥선 할머니의 인생을 듣고 3년 간의 작업 끝에 <풀>(보리·사진)을 내놓았다.

<풀>의 주인공은 이옥선(90) 할머니다. 이야기는 중국 지린성 룽징(龍井)에 살던 할머니가 1996년 55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부산 살던 ‘옥선이 가시나’가 어떻게 중국까지 끌려가 끔찍한 일을 겪고, 일본 패망 이후에도 여기저기 떠돌며 신산한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림은 흑과 백의 단순함으로 극대화시킨 먹그림이다. 할머니의 증언에 힘을 싣는 반면 선과 면마다 끝모를 아픔도 배여있다.

김 작가는 할머니에게 떠올리고 싶지않은 옛 일을 생각나게 만드는 것 같아 고민스러웠다고 털어놓는다.

“할머니가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하실 때는 저를 보지 않고, 항상 발이라든가 다른 곳을 보셨어요. 질문할 때도 조심스러웠지만, 작업할 때 폭력적인 이미지 자체를 그대로 그려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할머니를 위해 이 책을 만든 것인데 그 기억을 할머니에게 이미지로 남긴다는 건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접적인 이미지는 일본 제국주의 폭력에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할 수는 있으나, 그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16살 옥선이가 겪었던 그 순간은 ‘침묵하는 검은 페이지’를 통해 절절한 아름으로 다가온다.

김금숙 작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아버지의 노래>, 제주4·3사건을 다룬 <지슬> 등 주로 현대사의 아픔을 다루는 작업을 해 왔다. 현재는 <풀> 프랑스어 판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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