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이 부동산시장에 지대한 영향
세금·대출규제로는 문제 해결 역부족
교육정책 포함해야 장기적 성공 가능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200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의 진앙지인 서울 강남의 집값은 안정돼 있었다. 정부가 1990년대부터 추진한 수도권 주택 200만가구 건설에 따른 분당·일산신도시가 입주를 끝내고, 위성도시가 서울 못지않은 도시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서울 강남으로 집중돼 온 주택수요가 분당신도시를 중심으로 일산, 평택, 산본신도시로 분산돼 수도권 전반의 집값이 안정돼 갔다.

이른바 ‘강남불패’신화가 깨어지고 있었다. 핵심은 교육이었다. 서울이 평준화된데 비해 신도시는 비평준화지역이었기 때문에 서울 강남보다 대학진학에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신흥 명문고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남은 고액 족집게 학원들 덕분에 버티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도시의 비평준화 고교와 강남의 평준화 고교들간에 균형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만으로 몰리던 주택주요가 비평준화지역인 분당신도시를 비롯한 서울 외곽 위성도시로 분산되면서 신도시 집값은 오르고 서울 강남집값과 큰 차이가 나지않게 되었다.

서울의 평준화와 위성도시의 비평준화는 부동산정책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과 도시정책 나아가 국토균형발전에까지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맹모삼천지교’의 나라답게 좋은 교육환경이 아파트값을 좌우하는 것이 한국적 부동산시장의 현실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었다. 이같은 모처럼의 부동산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던 2002년 당시 정부는 분당·일산신도시를 비롯한 위성도시에 평준화를 실시한다. 교육의 기회균등과 같은 절대적 가치나 기준으로 보면 서울의 평준화를 위성도시로 확대적용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우리나라 부동산문제가 교육에 얼마나 민감하고 지대하게 영향을 받는지 간과한 정책결정이었다.

신도시로 평준화를 확대하자 비평준화 고교에 매력을 느껴 분당으로 이사를 갔던 서울 사람들이 일시에 되돌아왔고,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이 폭등한다. 분당이나 일산의 수려한 도시경관과 편리한 신형 아파트를 버리고 70년대 지어져 슬럼가를 방불케하는 강남의 낡은 아파트로 몰려들었다. 특히 대입학원들이 몰려있는 강남 대치동이 집값 폭등을 선도했다. 이번에는 서울 강남으로 되돌아오는 서울토박이들을 따라서 수도권 원주민들까지 덩달아 몰려들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가격 차이를 일거에 2~3배나 벌여놓았다. 그 이후 ‘강남-아파트 불패, 학원 불패 신화’는 더욱 공고화 돼 정부의 어떤 부동산대책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과 연계된 부동산시장의 속성을 활용해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고 아파트값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변두리 지역은 지역발전을 위한 궁리 끝에 서울 강남의 학원들을 찾아가서 분원을 열어줄 것을 간청하고 학원부지를 싸게 공급했다. 그 결과 이사온 대입학원 덕분에 교육여건이 좋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전입 인구가 늘어났다. 지방대도시 보다 낮았던 아파트 값이 올랐다. 마트 백화점도 들어와서 지역발전이 이뤄졌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부동산문제, 특히 도시의 급등하는 주택문제는 세금폭탄과 대출규제만으로는 못푼다. 반짝 효과는 나겠지만 길게는 못간다. 일시 투기수요가 위축되어도 서울로 강남으로 몰리는 교육수요로 인해 장기 공급부족의 문제는 쌓이고 쌓여 어느 시점에 주택대란과 폭등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지금 정부가 특목고, 자사고 등을 없애고 수능절대평가를 도입하자 강남8학군 일반고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과 대출 죄기로 강남집값을 잡겠다는 경제부처의 정책효과는 반감될 우려가 커진다. 경제정책만으로는 부동산문제를 풀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으면서도 되풀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나라 주택문제는 교육정책까지 함께 넣은 ‘종합정책세트’로 접근해야 풀린다. 부동산대책이 교육정책까지 포함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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