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고상지가 장화황후에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마마. 대가야의 군신지 후누 장군의 양아들 꺽감입니다. 건강하고 총명할뿐더러 아이답지 않게 배려심도 깊어 거련 태자의 동무로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장화황후는 광개토태왕이 정벌한 각 나라 왕들의 자제를 볼모로 잡아온 아이들의 면면을 보면 한결같이 용모가 단정한데다 건강하고 활달해 병약한 거련과 비교되어 늘 마음이 상했다.

황후가 고상지에게 비꼬듯 말했다.

“태자의 동무로서 손색이 없다? 그래봤자 가야의 아이 아닌가?”

예상 밖으로 튀어나온 황후의 말에 고상지는 잔뜩 움츠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보잘것없는 가야 땅에서 무슨 인물이 나겠습니까? 그저 태자마마의 말등자나 되어주고 잔심부름하는 일을 하러 온 아이입니다.”

“너무 비루하게 키워서도 안 된다. 천신녀의 말에 태자가 이 가야아이와 함께 있어야 건강이 좋아진다 하니 좋은 말벗과 어깨동무가 되어야 한다. 꺽감아, 우리 태자와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느냐?”

 

꺽감이 고개를 숙이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예, 마마. 가야에서 올 때부터 저의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거련 태자님과 사이좋게 지내되 결코 주종관계임을 잊지 말라고요.”

“오호, 어린 것이 주종관계라. 주종관계는 무슨 뜻인고?”

“주인과 종의 관계로 저와 저가 친한 우리 집 강아지와 같습니다.”

“맹랑한 아이군. 그럼, 거련과 너 중에서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강아지인가?”

꺽감은 한동안 망설이다 말했다.

“거련 왕자가 주인이고 저가 강아지입니다.”

“그걸 말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릴 필요가 있는가?”

“사람들이 주인보다 강아지가 팔자가 좋다고 해서 어떻게 대답을 드릴까 고민했습니다.”

호호호, 근엄한 얼굴의 황후가 아이의 말에 파안대소를 했다.

“참으로 맹랑한 아이로구나. 그럼, 가야왕비였던 갈성소후를 들라하라.”

장화왕후의 명령이 떨어지자 여옥이 장추전으로 들어와 황후에게 예를 갖췄다.

“소후, 자네 뜻대로 가야의 아이가 왕경에 왔네. 인사나 하시게.”

소후는 고상지 도독과 수경, 꺽감을 보고 인사를 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여옥은 수경이 반가워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참은 채, 수경이의 손을 잡고 있는 꺽감을 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네가, 수경부인의 아들인 꺽감인가?”

총명하게 빛나는 눈빛과 오똑한 코, 야무진 입과 늠름한 기품이 하령왕을 빼닮았다. 낳자마자 젖을 물릴 틈도 없이 헤어진 아이지만 첫눈에 자신의 아이라는 걸 직감하자 자기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우리말 어원연구

서로. 서르(동국정운). 【S】sri(스리), cause to depend(의지하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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