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 72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독립운동가 5인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의열단원이며 몽골의 전염병을 근절시킨 의사 이태준 선생, 간도참변 취재 중 실종된 동아일보 기자 장덕준 선생,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과학으로 민족의 힘을 키우고자 했던 과학자 김용관 선생, 독립군 결사대 단원이었던 영화감독 나운규 선생이 그들이다.

한명씩 차례로 이름이 불릴 때 울산 출신의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고헌 박상진의 이름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끝내 들을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다”는 말에 이어서 호명된 것이기에 순간 ‘대한광복회 총사령’이라는 묵직한 직함에 비해 일반 국민들에게 덜 알려진 고헌이 대표적으로 꼽힐만하다는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전 국민이 듣고 있는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그 이름이 호명된다면 그 한을 풀 수 있으리라는 바람도 있었다.

고헌은 1910년 우리나라 최초의 판사가 돼 평양법원에 발령받았으나 경술국치로 일제의 식민지가 되자 과감하게 포기하고 전 재산과 목숨까지 독립에 바쳤던 인물이다. 울산에서는 그를 기리는 사업이 활발하다. 생가와 기념관 등을 조성해 놓았고 그를 기리는 책도 발간했다. 그의 생가가 있는 송정동에는 역사공원 조성과 울산 3·1독립운동 기념탑 건립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여전하다. 아마도 고헌이 독립운동에 매진했던 기간이 너무 짧아 그의 공적이 잊혀졌던 것은 아닌가 싶다. 고헌은 자금마련과 친일 부호배들의 처단에 적극 참여하다가 1918년 일경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던 중 1921년 38세의 나이에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정부는 뒤늦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했고, 국방부는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8월 호국인물’로 고헌 박상진을 선정, 지난 3일 전쟁기념관에서 헌양행사를 가졌다.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했다. 고헌 집안의 후손인 박종해 전 울산예총 회장에 따르면 고헌의 집안에서도 후손들에게 신학문을 못하게 했다고 한다. 고헌처럼 신학문을 접해서 독립운동에 눈을 뜨면 집안이 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인물을 기림에 있어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헌 추모사업이 울산을 넘어 국가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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