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이 유명무실하다.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의 하나인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는 곳이 무려 5곳 중 4곳에 이르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안전시설 없이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만 설치돼 운전자들의 양심에만 의존하는 형식적인 스쿨존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형식적 운용으로 인해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수 없다면 스쿨존은 있으나 마나다. 학부모들로부터 스쿨존이 ‘사고구역’이라는 비아냥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철호(바른정당) 의원이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스쿨존 CCTV 설치 여부에 대해 전수조사한 결과 울산지역 346곳의 스쿨존 중 단 60곳(17.3%)만 CCTV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의 아이들이 그만큼 공포의 도로로 곡예 보행을 하거나 교통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1만6456곳 중 5656곳(34.4%)에 1대 이상의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설치율은 서울이 85.4%로 가장 높았다. 강원(80.6%), 부산(78.7%), 경기북부(67.1%)가 그 뒤를 잇고 있다.

CCTV 설치율이 저조한 지자체의 경우 대당 500만~1000만원에 이르는 설치 예산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말 그대로라면 전국 최고 부자도시 울산의 위상과는 걸맞지 않아 보인다. 울산의 경우 오히려 어린이 안전에 대한 무관심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가 싶다. 스쿨존의 CCTV 설치관리기준이 없다보니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시설로 치부, 울산의 각 지자체들이 외면해 온 탓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안전도시를 꿈꾸는 울산이다. 적어도 학교 앞길만큼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 안전장치를 지나칠 정도로 각별하게 하는 선진국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린이 안전을 운에 맡긴 채 사실상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유치원 및 초등학교 주변 도로에서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어린이 보호구역 제도는 1995년 도입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차량 운전자들은 △제한 속도 30㎞/h 이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일시 정지 △주정차 금지 △추월 금지 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엄격한 법규 적용을 위해서라도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 마련에 힘써야 한다. 지금이라도 지역내 스쿨존의 운영상 문제를 파악, 미비점을 보완해 어린이를 사고로부터 보호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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