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기반기술 재난관리에 유용
경제성장·자본확충 목적에만 치중 말고
국민 안전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힘써야

▲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재난안전 연구를 시작한 후 정말 많은 재난현장을 다녔다. 지리산 집중호우, 경기북부 호우, 태풍 사오마이, 루사, 매미, 에위니아, 나리 등 홍수와 태풍 피해 현장뿐만 아니라 강원도 고성 산불, 양양 산불 등 지난 20여 년간 발생했던 대부분의 자연재난 현장을 직접 다녀본 셈이다. 가족과의 여름휴가도 여러 차례 반납(?)하면서 전국 현장을 뛰어다녔던 기억을 되살려 재난을 막을 수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기술적 문제와 인식적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위험 정보를 관측 또는 당시 수준의 과학으로는 예측하기가 어려웠거나, 예측된 정보마저도 제때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부족했다. 둘째, 위험을 알리더라도 일반 시민들은 그 위험이 본인에게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대피하지 않았다. 셋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각종 재난에 대한 관측정보를 공유하는 체계가 미흡해서 좀 더 정교한 재난정보를 생산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넷째,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고 대책을 미리 세운다면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상식은 누구나가 알지만 평소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가 피해가 발생하면 모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의식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 각종 도시, 산업단지 개발과 인구집중현상으로 자연재난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재난에 대한 취약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과학, 공학적 기술은 더욱 복잡해지고 서로의 연계성, 의존성이 커져서 인간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재난발생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래의 과학과 공학기술은 우리 사회를 위험하게 하는 요소들에 대한 문제해결형 목표를 분명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해결형 목표를 만족하기 위해 재난관리 측면에서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사물인터넷(IoT)의 기술을 활용하면 그동안 관측할 수 없었던 땅속이나 물의 움직임까지도 관측이 가능하고, 이 기술을 통해 사물-사물간, 사물-사람간 통신이 가능해져 신속한 재난대응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또한 전국에서 각 부처와 기관에 의해 관측되는 자연현상정보를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 내에서 공유한다면 각각의 활용도에 맞춰 기상청에서는 정교한 기상정보, 국토교통부는 하천과 댐의 수위정보, 행정안전부는 대피에 필요한 맞춤형 정보 등을 많은 예산 없이도 파악하고 전파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진다면 많은 전문가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했던 지식과 지혜를 대통령, 장관, 시장, 군수 등과 같은 의사결정자에게 즉시 알려줄 수 있게 돼 그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인명과 재산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와 같이 어쩌면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술들이 사실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로 개발이 매우 어렵게 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과학과 공학을 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과학은 그 어느 시대보다 자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과학과 기술들은 연구를 위해 재정을 지원해주는 기관이나 부서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또한 최근의 동향은 산업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과학과 공학이 국민들의 안전과 복지차원에서 기여하는 공공성이 최소한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는 확보되어야만 과학의 상업화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다. 1~3차 산업혁명은 각각 농업기술의 혁신, 기계의 혁신, 정보통신의 혁신이 기반이 되었다면, 필자 개인으로 볼 때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기술과 정보융합의 혁신이 기반이 될 것이고, 그 결과 경제적인 풍요와 국민안전이 공존하는 혁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단순한 경제성장과 자본확충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이 잘 살면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류의 바람이자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를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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