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배구가 2018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쓸쓸히 귀국길에 오른다. 사진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강스파이크 날리는 문성민. 연합뉴스

카자흐에 이기며 전패 면해
도쿄 올림픽 출전도 빨간불
대표팀 운영방식 개선 지적

한국 남자배구가 2018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쓸쓸히 귀국길에 오른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배구 대표팀(세계랭킹 21위)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이란 아르다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 A조 풀리그에서 2장 걸린 본선 티켓 확보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란(8위), 중국(20위)에 본선행을 내주고 5개 팀이 격돌한 A조에서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카자흐스탄(공동 35위)을 세트스코어 3대1로 눌러 그나마 전패를 면했다.

아시아 최강 이란은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며 단 한 세트도 뺏기지 않고 4전 전승으로 세계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했다.

중국도 타점 높은 공격과 탄탄한 수비를 뽐내며 3승 1패, 조 2위로 본선 티켓을 품에 넣었다.

B조의 일본, 호주를 포함해 ‘아시아 4마리 용(龍)’이 24개국이 겨루는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밟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경쟁 대오에서 낙오한 셈이다.

대표팀은 지난 6월 월드리그에서 22년 만에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7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선전을 거듭했으나 정작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문턱에서 아시아 경쟁국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주저앉았다.

지금 이대로라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 여자배구가 김연경(중국 상하이)이라는 슈퍼스타를 앞세워 2012년 런던올림픽 4위,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하는 등 메달권에 근접한 것과 달리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끝으로 본선 무대와 멀어졌다.

대표팀은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사활을 걸었다. 도쿄올림픽 출전에 영향을 주는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시드를 받을 수 있기에 4강 진출에 전념했다.

목표를 이뤘지만, A대표팀이 아닌 23세 이하 선수(이란), 2진급(중국)을 상대로 올린 성적이었다.

이란과 중국은 우리와 달리 아시아선수권 대신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전에 초점을 맞춰 원하는 성과를 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세계 최고의 무대인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겨루는 게 낫기 때문이다.

12개팀이 출전하는 도쿄올림픽의 배구 출전 자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길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전에서 보듯 아시아 국가와의 현격한 기량 차를 극복해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았다.

프로 구단의 이기주의에 발목을 잡힌 대표팀은 한 번도 최강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대회 예선전으로 이어진 숨 가쁜 일정에서 대표팀은 선수 교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구기 종목에 걸린 올림픽 메달은 1개에 불과하나 주로 프로 선수가 주축을 이루는 구기 종목 특성상 국제 대회에서 이들이 펼치는 선전이 끼치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에서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프로 구단과 대한배구협회가 머리를 맞대 국가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분출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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