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정 울산시티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무덥고 습한 여름 휴가 시즌이면 치질증상으로 대장항문외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증가한다. 치질이란 항문에 생긴 질환을 통틀어 일컷는 말로,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항문에 살이 튀어나온 것을 치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하지만 충수염을 맹장염이라고 잘못 부르는 것을 굳이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듯이 치질을 항문에 속살이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널리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치핵이라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고 있다.

치핵은 항문관 안쪽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혈관 덩어리의 조직으로 치핵 쿠션(cushion)이라고도 한다. 배변 시 항문이 늘어날 때와 변이 지나갈 때 장력과 압력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치핵이란 정상적으로 항문에 존재하는 조직이며 필요한 조직이다.

하지만 혈관 덩어리이기 때문에 조직에 피가 고여서 잘 빠져 나가지 못하면 혈관이 부풀어 오른다. 혈관이 부풀어 오르면 혈관 벽이 얇아지면서 외부의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잘 생기게 된다. 또한 이렇게 혈관이 부풀어 오른 상태가 지속되면 늘어난 혈관이 고착화돼 변을 볼 때마다 지속적으로 항문에 치핵 조직이 튀어나오게 된다.

이러한 치핵의 정도는 1도부터 4도로 구분한다. 1도와 2도는 일반적으로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1~2도 치핵은 보존적인 요법인 변을 부드럽게 볼 수있게 하는 변 완화제와 좌욕, 배변습관의 교정 등으로 호전을 보일 수 있다. 단 출혈이 지속되거나 환자의 불편감이 심하다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3도와 4도 치핵의 경우 이미 늘어져 있는 치핵 조직이 고착화 된 것으로 이는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된다.

치료 방법으로는 고전적인 치핵 절제술도 시행하지만, 최근에는 그 심한 정도에 따라 정상적으로 쿠션 역할을 하는 치핵 조직을 절단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나온 치핵 조직을 위로 끌어 올리는 시술을 많이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절제술에 비해 통증도 많이 감소해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핵이 발생했을 때 정확한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원인을 알고 예방하는 것이다. 좌욕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항문에 불편감이 있을 때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노무정 울산시티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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