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통한 여유롭고 행복한 감정
창의성 고취·생산성 향상의 원동력
개인이 행복해야 기업·국가도 발전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그렇게 뜨겁고 열정적이더니, 그렇게 밤잠을 설치게도 하더니, 입추에도 30℃를 넘기더니, 이제 떠나는가보다. 며칠 촉촉한 빗줄기와 한줄기 바람으로 차분하게 이별을 전해온다.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집주변에 생긴 물놀이장서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시원한 수박화채로 옹기종기 나눈 여름밤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일상을 내려놓고 다녀온 휴가여행이 가장 그립다. 그리고 벌써 새로운 여행을 계획한다.

휴가는 삶의 쉼표라고 하고,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만나는 설레는 도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가는 여행이다. 제주도를 비롯해 국내 여행은 물론 매년 해외로 나가는 여행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인천공항에 의하면 올 여름 성수기(7월15일~8월20일)의 하루 공항 이용객은 18만명을 넘어 역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도 ‘휴식이 있는 삶’을 강조하며, 국민 휴식권 보장을 위한 공휴일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휴가와 여행에 대한 정책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여름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아직 입니까? 우리나라 근로자에게는 연간 15~25일간의 유급휴가가 보장된다. 근로기준법상 연간 80% 이상을 출근하면 15일이 보장되고, 3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2년에 하루씩 늘어나는데 25일이 한도다. 우리나라 법정휴가 일수는 선진국과 비교해 짧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여행업체 익스피디아(2016)의 28개국 9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연차 휴가는 15일 중 겨우 절반을 넘긴 8일로 2011년 이후 6년 연속 꼴찌였다. 세계 평균은 20일이며, 핀란드와 프랑스 등 5개국은 무려 30일로 최장이었다. 가장 오래 일하고 쉬지 않는 나라로, 노동의 효율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할 일이다.

휴가를 안가는 건지? 못가는 건지? 문화관광부(2017) 조사에 의하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직장 내 분위기, 과다 업무, 대체 인력 부족 등이 40%를 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연차휴가 10일(비근무일 포함 2일) 연속 일괄사용을 의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요즘 세대는 먹고 살기위해 일하고 살았던 세대와는 달리 행복하고 질적인 삶을 위해 일하고 개별적 삶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우수한 인재를 위해서 기업도 성과중심의 경제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적 삶의 여유가 인정되는 유연한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실제 휴가를 통한 여유롭고 행복한 감정은 안정감과 열정을 가져다주고, 낯설고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는 여행은 도전과 창의성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한 경험은 일터로 지속시켜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도 휴가와 여행, 그 쉼표의 경제학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미국)’를 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보다 자기다운 삶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성, 줄리아 로버츠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너무도 평범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기’조차 어려운 현대인의 바쁜 삶에,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계속 반문하게 하는 영화다. 대개 삶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한다. 행복은 생각이 아니고 감정이며 저축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크게 한번 느끼기보다 여러번 느끼는게 더 유리하단다. 매일, 매주, 매달의 소소한 일상에서, 자주 풍성하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고 사는 게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오랜만에 화초에 물을 준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주지 못했는데, 어느새 한 뼘은 자라있다. 뜨거운 여름을 견디었다 생각하니 기특하고 고맙다. 무엇보다 온통 햇볕 드는 쪽을 향해 가지를 펼치고, 스스로 성장을 향해 목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유난히 더웠다는 올 여름, 휴가와 여행으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고 성장했는지 궁금해진다. 비오는 날, 가을 문턱에서 자꾸만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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