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Cliff house
경상일보-울산건축사협회 공동기획

▲ ‘Cliff house’는 기존 주거와 차별화된 다양한 공간을 가진 주거로써 노후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하나의 제안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소신을 가지고 살아온 소박하고 너그러운 건축주와 많이 닮아 있다. 사진 = 건축 전문 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건강 위해 좋은 음식 먹는 것처럼
행복 위해 좋은 공간에 사는 것 중요
은퇴 전후로 한 건축주 부부에
새로운 삶의 터전 마련하는 프로젝트

서재·방은 층고 높이고 고창 설치
황토방쪽에 썬큰 만들어 채광 해결
안방 앞에 하늘 보이는 안마당 조성
채광 동시에 프라이버시 확보 효과

긴 동선, 다양한 풍경 즐길수 있고
능동적인 삶 유지하도록 동기부여
건축주의 삶 투영한 결과물 기대

과학 및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생명이 길어지고 있는 지금 사회는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한 담론이 진행 중이다. 얼마 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앞으로 사람의 기대 수명이 100살을 훨씬 넘어 120살이 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가 오면 자신의 직업에서 은퇴 후의 삶이 자신이 일을 한 시간 만큼 더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이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남아 있는 여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게 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주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젊어서 한창 경제 활동을 할 때 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욱 많아지고 단순히 거주의 개념을 넘어서 삶의 방식과 얼마나 오랫동안 더욱 행복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 주거 문화에 녹아들어 가야 하는 필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 비밀의 마당과 테라스.

건강한 삶을 위하여 좋은 음식을 챙겨서 먹는 것처럼 건강한 행복을 위하여 좋은 공간에서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공간이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각의 힘을 가진 다양한 공간이 많은 주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Cliff house’는 기존 주거와 차별화된 다양한 공간을 가진 주거로써 노후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하나의 제안이다.

Cliff house는 은퇴를 하신분과 은퇴를 앞두고 계신 건축주 부부가 기존주택을 철거하고 노후를 준비하기 위하여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프로젝트였다.

전원주택은 늘 그러하듯 작은 주택을 생각하는 건축주들의 마음과 다르게 현실적으로는 요구하는 프로그램들을 담기에는 적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 비밀의마당으로 가는 길.

건축주가 요구하는 공간들을 전부 수용하기 위해서 건폐율의 제한 때문에 수직적인 구성으로 프로그램들을 수용해서 해결하고자 했다. 지상2층으로 풀어가는 일반적인 방법과 다르게 계곡과 연결되는 외부 및 내부 지하공간영역을 구성하여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다양한 공간구성 속에 해결했다.

남쪽은 높은 근경의 산과 높은 위치의 인접 부지에 접한 반면 동쪽은 좋은 풍경의 원경을 가지고 있고 북쪽으로는 개발이 될 수 없는 이 대지만의 특징인 근경의 계곡풍경을 접하고 있어서 이를 활용한 대안을 제안하고자 했다.

지상에서 지하로 연결된 외부 계단과 외부 공간(비밀의 마당)은 이 주택에서 계곡을 개인 정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공간적 장치로 활용했다. 기존 대지의 높이 차이를 이용하여 공적인 공간영역과 사적인 공간영역으로 구분하고 내부 연결통로를 통하여 연결되게 하여 외부공간과 계곡을 서로 교차되는 동선으로 소통하게 했다.

▲ 지상과 지하동선이 교차하는 공간.

또한, 규모가 작은 주택의 프로그램에 다양한 성격을 가진 큐빅 같은 외부공간을 수평과 수직적으로 끼워 넣어서 내부에서 외부와 소통하는 다양한 공간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공간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지하 공간(취미실 및 창고)과 지하 외부 공간(비밀의 마당)은 계곡 쪽으로 열려 있어서 계곡의 풍경을 끌어 들여서 지상공간처럼 활용되도록 했다. 지하공간의 일부분은 황토방에 불을 지필 수 있도록 높이를 조절하여 허리를 숙여서 힘들게 불을 지피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서서 불을 지필 수 있는 아궁이로 활용 했다.

동쪽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 하는 건축주 의지를 반영하여 방들은 동쪽을 바라볼 수 있는 긴 선형매스 쪽으로 배치하니 채광에 문제가 생겼다.

▲ 사색을 유도하는 공간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황토방 쪽으로 외부 썬큰을 만들어 황토방과 지하공간의 채광을 동시에 해결하고 서재 및 방은 층고를 높게 하여 항상 햇빛이 들어오도록 고창을 설치했다.

또한, 안방 앞에는 하늘만 보이는 안마당을 만들어서 도로 쪽에서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함과 동시에 채광을 해결했다.

긴 동선 속에서 다양한 외부 공간들을 경험하고 주변의 다양한 풍경을 느끼도록 했다. 긴 동선은 거주 하는 사람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건축주는 다양한 시각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건축주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어서 능동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동기 부여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건강한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공간의 힘이다.

지하 공간으로 이어지는 외부계단은 노출콘크리트와 물성의 느낌을 같이 하면서 햇빛이 반사되는 빛의 깊이감이 바닥에서에서부터 시작되기를 희망하여 화강석 돌을 인근에서 구하여 작업했다. 완성될 때까지 건축주에게 이 재료를 사용하여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지만 끝까지 신뢰하고 결정해 주신 건축주분이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주택이 완성되고 이 공간의 느낌을 체험하시고는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되어서 보람을 느낀다.

이렇듯 좋은 공간은 완성되기까지 건축사와 건축주의 많은 소통과 올바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정보의 시대에 걸맞게 많은 건축주 분들이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들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보의 정확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내부 연결 통로.

오류가 많은 정보가 오히려 건축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건축사와의 신뢰 및 소통 관계가 무엇보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좋은 주택은 건축주의 삶을 투영한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웅식 건축가·온건축사사무소 대표

항상 주택이 완성되고 나면 느끼는 것은 완성된 주택의 공간과 이미지가 건축주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이 주택 또한 자신의 분야에서 소신을 가지고 살아오신 소박하고 너그러운 건축주를 많이 닮아 있다.

얼마 전 보람을 느낀 일이 하나 있다. 서울에서 건축 전문기자가 건축주를 인터뷰하였는데 건축주가 자신의 주택을 설명할 때 이 집에 창호가 어디 제품이고 집이 몇 평이고 마감자재가 어떤 것이며 아파트처럼 구조가 어떻고 하면서 설명을 한 것이 아니라 이 집의 개념과 공간이 어떠하며 왜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등에 관하여 설명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바로 건축주들이 좋은 주거가 무엇인지 인식의 변화를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불편한 공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주들에게 좋은 공간이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사회적 변화의 시작이 된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Cliff house가 건축주 분들의 제2의 인생에 건강한 행복과 추억을 가져다주기를 희망한다.

정웅식 건축가·온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개요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은편리
·지하1층·지상1층, 철근콘크리트
·대지면적 569㎡, 건축면적 113.52㎡
·연면적 146.44㎡
·2016년 9월 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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