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이마트 울산점에서 직원이 계란 판매를 재개하기 위해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시교육청, 계란사용 중지 공문
시도 산란계농가 9곳 전수조사
식당, 일부메뉴 판매중단 조치
제과업계, 가격 인상조짐 촉각
일부 적합판정 계란 판매 재개
시민 “가공식품·친환경도 찝찝”

‘살충제 계란’ 파동이 유통·식품업은 물론 울산지역 요식·제과업계와 학교 단체급식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확산되고 있다. 울산시 등 관계기관이 전수 조사에 나선 가운데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정부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중심으로 판매를 재개하고 나섰다.

◇계란사용 많은 제과업계·음식점 불똥

‘살충제 계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울산지역 일부 식당들은 계란이 포함된 메뉴의 판매를 중단했다. 16일 찾은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회전초밥 전문점은 초밥류와 사이드 메뉴를 비롯해 계란이 포함된 일부 메뉴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팻말이 내걸려 있었다.

음식점 업주는 “계란을 사용하는 메뉴가 많지는 않지만 손님들의 안심시키자는 차원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계란이 안전하다고 발표 될 때까지는 계란을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란 사용이 많은 제과업계는 가뜩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오른 계란값이 안정되기도 전에 살충제 계란 파문까지 나오면서 업친데 덥친 형국이다. 아직까지는 계란 수급에는 차질이 없지만 정부의 전수조사나 울산시의 검사 결과에 따라 납품받는 농장의 계란 출하가 중단되거나 전국적인 계란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오를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울산 남구 야음동의 한 제과점 업주는 “어제(15일) 오전까지만 해도 계란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았는데 지난주에 비해 한판에 700원 넘게 올랐다. 이번 사태로 납품받던 농장에서는 별 문제가 없더라도 계란 부족으로 값이 오르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교육청 학교급식 계란 사용 전면 중단

‘살충제 계란’ 파장에 학교 급식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산시교육청은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학교급식에 계란 사용을 중지하라는 공문을 16일 일선 학교에 발송했다.

시교육청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급식에 계란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학을 한 울산지역 일선 중학교 20여곳과 고등학교 20여곳에서는 이날 급식에서 계란이 들어간 반찬이 사라졌다.

울산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관내 산란계 농가 11곳 가운데 휴업중인 2곳을 제외한 9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산란계 3000수 이상 사육농가 8곳과 2000수 이상 1곳을 포함해 9개 농가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날까지 4개 농가에서 살충제 불검출 판정이 나왔다. 나머지 5개 농가의 검사결과는 17일 오전께 발표될 예정이다.

울산시는 불검출 판정을 받은 농가에 한해 계란 유통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 경기도 화성시의 한 농장에서 16일 오후 직원들이 계란 출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유통업체 적합판정 계란 판매재개

이런 가운데 이날 순차적으로 정부의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일부 대형마트들은 살충제 성분이 불검출 된 일부 납품업체의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울산지역에서도 이마트와 롯데마트, 메가마트 등 대형마트를 비롯한 GS슈퍼 등 일부 유통업체에서 이날 오후부터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이마트는 자사와 거래하는 전체 양계농가 중 80% 정도에 대한 정부 조사가 이번에 마무리됐으며 나머지 20%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인되는 즉시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전체 물량의 80%에 대해 17일부터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추가로 경기도 양주, 강원도 철원, 전남 나주, 충남 천안 등의 농장 5곳의 계란에서 추가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지난 15일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 및 광주의 농가 두 곳을 포함해 총 7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정부 발빠른 대처에도

시민 불안감 확산

시민들의 계란 공포증도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먹은 계란에서 살충제가 포함됐던 건 아닌지 의심하는 건 물론, 학부모나 임산부 등도 먹기에 찝찝한 계란을 아예 피하겠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계란 껍데기(난각) 인쇄 읽는 법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계란 생산지 시·도별로 서울(01), 부산(02), 울산(07), 경기(08), 강원(09), 충남(11), 전북(12), 전남(13) 등 숫자가 다르게 적혀있다. 숫자는 생산지 시·도를 의미하고 그 옆의 문구나 기호는 생산자·농가를 구분하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생산농장을 확인할 수 있다.

학부모 김모(여·56·울주군 구영리)씨는 “계란에 08(경기)을 확인하라고 하길래 집에 있는 계란을 봤더니 14(경북)여서 안심했다. 그래도 조사가 끝날때까지는 계란 섭취를 자제하려고 한다”며 “아이들도 당분간은 계란이 포함된 가공식품은 물론 빵이나 과자 등도 먹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산부 이모(32·북구 신천동)씨도 “그동안 비싸도 유기농·친환경 업체에서만 계란을 사먹었는데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도 친환경이라고 하니 이제는 안심할 수가 없다”며 “계란은 물론이고 계란으로 가공된 음식도 피해야겠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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