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1239곳의 산란계 농가에 대한 당국의 전수조사 결과 17일 오전까지 67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그 중 32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28곳의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에서도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농가까지 조사가 확대될 경우 ‘살충제 계란’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산란계 농장 2곳에서도 8월 초 생산한 계란에서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울산시는 지역 9개 산란계 생산 농장 전체를 대상으로 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잔류농약 검사를 벌인 결과 8월1일과 2일 시료를 채취해 보관하고 있던 2곳의 계란에서 비펜트린이 나왔다고 밝혔다. M농장은 비펜트린이 기준치(0.01㎎/㎏) 6배인 0.06㎎/㎏이었고, 또 다른 농가는 기준치 2배인 0.02㎎/㎏이었다. 시는 살충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두 농장의 계란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예견된 인재다. 사료나 가축에 대한 생산자들의 살충제·항생제 오남용과 안전성을 철저하게 따지지 못한 당국의 식품안전불감증이 곪아 터진 것이기 때문이다. 좁은 양계장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분변 때문에 여름철에는 진드기와 벼룩이 창궐하기 마련이다. 특히 올들어 이상고온으로 진드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살충제 사용 가능성은 더욱 농후했다. 그런데 품질관리가 비교적 엄격하다는 EU의 수출용 계란에 살충제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국내 영세 농가에서 이를 쓰지 않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언지 모를 일이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가 제기되고, 한국소비자연맹에서는 지난 4월 닭 진드기 감염 예방을 위해 61% 이상의 양계농가에서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서울대 실태조사 결과를 식약처에 전달한 바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먹거리 안전에 대한 생산자와 정부당국의 무관심이 빚어낸 합작품이란 의심을 좀처럼 지울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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