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민주적 에너지정책 기대
미국조차 원전 경제성에 의문

▲ 윤치용 울산 북구의회 의원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찬반 배심원제가 아닌 선택적 대안을 제시하는 공론조사 방식을 최종 확정하며, 책임 소재에 대한 혼란이 일단락된 모양새다.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지위에서 공론화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한 후 공론화 결과를 권고의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로서 향후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을 통해 내려주는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수순으로 가는 셈이다.

전 세계 원전산업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부터 하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원자력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수익을 거두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리스크도 상당하다.

지난해 새롭게 건설된 원전은 3기뿐이고,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화석연료의 2배, 원자력의 7배에 달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 파산에 이어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버질시 서머 2·3호기가 공정률 40%에 도달했는데도 공사를 중단한 것은 원전 가동에 따른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가 원전을 멀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특히 서머 2·3호기 공사 중단은 탈핵정책을 유지했던 미국도 원전 신규건설에 나선다고 했던 한국원자력계의 주장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과 얼마나 괴리가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원자력 대국으로 알려진 미국조차 원전의 경제성에 의문을 품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 과정에 참고할 만한 사례다.

원전을 줄이면 전기요금이 크게 인상된다는 일각의 주장 또한 논리적 비약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의 전기요금 인상률은 24.4%였으나, 프랑스는 이 기간 전기요금이 44.6%나 올랐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2011년부터 일본은 원전을 1기도 가동하지 않았고 프랑스는 원전 가동 비중이 75%를 차지했다는 점을 살펴보면 전기요금 인상은 비싸진 원전 운영비용 탓이지, 탈원전과는 크게 상관이 없음을 보여준다. 또 우리나라 전기생산량은 넘쳐나 공급예비율과 운영예비율이 남아돌아 강물처럼 흘러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나 국제 조사기관은 가스 가격이 안정화되고,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비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경제·사회·환경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임을 말해준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재앙적 피해소식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핵발전 사용에 따른 핵폐기물 처리비용과 우리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반인류적인 방사능 위험과 피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볼 때 원자력 에너지는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국가의 에너지정책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국민이 결정하는 민주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향한 당연한 수순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재정 부담뿐 아니라 사고시 발생하는 엄청난 처리비용과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더 이상 에너지에 관한 의사결정이 화석연료와 원자력 산업계, 전문가들만의 것이어서는 안된다.

무조건 원전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신규로 짓고 있는 원전건설은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차례대로 가동을 멈추자는 것이다. 이런 단계적 탈핵과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모두 새로운 것이 아니다. 독일·스위스·벨기에 등은 이미 원자력발전에 관한 국민투표 또는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탈핵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한국도 에너지 민주주의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과 관련한 정부의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이 때 국민의 염원이 반영되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에너지 정책의 도출을 기대해 본다.

윤치용 울산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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