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비서실장이 反배넌 중심에…트럼프도 '정보 흘리기'에 격노

▲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발언한 '오른팔' 배넌 전격 경질[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 격이던 스티브 배넌(63)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전격 경질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주의자의 표심을 끌어모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지대한 공을 세운 배넌이 정권 출범 7개월 만에 백악관을 떠나게 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배넌은 "내가 백악관을 떠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밖에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보수성향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제 나는 자유"라며 "피곤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언론은 배넌이 백악관 내 알력다툼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으며, 조율되지 않은 독자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샀다는 이야기가 워싱턴 정가에서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 알력다툼서 밀린 극우 배넌…켈리 비서실장이 경질 결정

미국 CNN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2주 전부터 배넌을 경질하려고 계획했으며, 스스로 사임할 기회도 줬지만 결국 강제로 쫓겨나게 됐다고 전했다.

자발적으로 떠난다는 배넌의 주장과 달리 극우 성향의 그가 백악관 내 알력다툼에서 주도권을 잃고 밀려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종주의 논란 등 여러 문제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분열을 잠재우고 안정을 찾기 위해 배넌을 경질하고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비서실장은 취임하자마자 모든 보고를 자신에게 직접 하도록 지시하면서 '군기 잡기'에 나섰다.

덕분에 켈리 비서실장은 취임 거의 3주 만에 웨스트윙(백악관 참모 집무동)의 실세로 떠오를 수 있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배넌 경질을 결정한 것도 바로 켈리 비서실장이라고 밝혔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한 사람, 즉 켈리 결정이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도 없다. 100퍼센트다"라고 말했다.

켈리 비서실장의 한 측근은 이번 결정에 대해 백악관을 혼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이데올로기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하려는 켈리 비서실장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언론에 정보 흘리기·'마이웨이' 인터뷰에 트럼프 격노 
배넌이 백악관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정보를 노출하거나, 인터뷰에서 개인의 견해를 강조해 혼선을 빚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배넌이 기자들에게 정보를 흘리고 다니며,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의 공적을 지나치게 믿는다는 불만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블룸버그 기자 조슈아 그린이 출간한 '데빌스바긴(Devil's Bargain)'의 표지에서 배넌과 자신이 동등한 관계인양 묘사된 데에 역정을 냈다.

이 책 표지 삽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배넌은 서로 머리를 맞댄 채 마주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넌은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 유혈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못된 조언을 건네 위기를 불렀다.

여기에 배넌이 진보 온라인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해법은 없다'고 돌출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경질 결심을 굳혔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배넌은 같은 인터뷰에서 온건파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를 백악관 내 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배넌을 잘 아는 지인은 배넌이 이 잡지와 '오프더레코드(비공개 발언)'로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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