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밤, 필리핀 루손섬 칼루오칸시에서 경찰에게 살해된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17)의 관 옆에서 어린 동생이 오열하고 있다.

필리핀 경찰이 마약 단속 중 사살한 17세 고등학생에게 누명을 씌워 사건을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필리핀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ABS-CBN 방송 등 현지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필리핀 경찰은 지난 16일 루손섬 칼루오칸시에서 마약 단속을 벌이다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17)를 사살한 뒤 그가 필로폰과 총기를 소지하고 있어 방어권 차원에서 총격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공개된 사건 현장 CCTV는 이러한 경찰의 주장과 배치된다.

CCTV에는 산토스는 경찰로 추정되는 2명의 남성에 의해 이미 제압돼 어디론가 질질 끌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이 장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목격자들은 ABS-CBN 방송에 산토스가 당시 총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찰관들이 그에게 총기를 주고 나서 '총을 발사한 뒤 도망가라'고 시켰다고 주장해 조작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이 산토스를 다짜고짜 폭행한 뒤 눈을 가리고 총기를 쥐어준 다음 사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사결과 산토스는 마약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그간 경찰의 초법적 살인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조엘 빌라누에바 상원 의원은 "재판 없이 초법적 집행을 행하는 사회는 인간성을 말살시킬 것이며 사회를 붕괴시킬 것"이라 경고하며, "더 이상 필리핀에서 이런 무법 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쉘윈 캇차리안 상원의원은 필리핀 국회를 중심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와 필리핀 경찰청의 초법적 진압행위에 대한 전반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여론이 악화하자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방송에 출연해 산토스가 먼저 위협을 가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해당 경찰관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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