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광복절 주간 특집으로 여양리 뼈무덤의 뒤에 숨겨져 있던 친일파와 빨갱이에 대한 진실을 쫓았다. SBS캡처.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광복절 주간 특집으로 여양리 뼈무덤의 진실을 쫓았다.

경상남도 마산의 여양리 깊은 산속의 도둑골에서 벌어진 비극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2002년, 초강력 태풍 루사가 여양리를 휩쓸고 지나간 직후였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비에 휩쓸려 밭으로 쓸려 내려온 유골을 발견하곤 경찰에 신고했다.

유골은 그러나 한 구가 아니었고 지역 유해 발굴팀이 동원돼 발굴을 한 끝에 도둑골에서 발견된 유골은 163구.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발굴팀은 흙과 돌로 막힌 폐광의 입구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유골 20여구 더 발견됐다.

200여구에 달하는 유골들은 공동묘지에 묻힌 유골이라기엔 놓인 위치가 제각각이고 그들을 덮고 있는 흙 역시 얕았다. 뿐만 아니라 유골들과 함께 낡은 탄피 역시 함께 발견됐다.

2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왜 도둑골에서 그렇게 죽었을까?

인근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맹 씨 할아버지는 그 유골들이 전부 살해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맹 씨 노인은 “트럭 뒤에 사람을 한가득 태운 트럭이 4개가 왔다”며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산 위에서부터 벌건 물이 내려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른 마을 주민 역시 “우리 그 때 초등학교 학생이었는데 여기 다 죽이는 거 봤다. 총으로 다 쏴서 죽이는 거”라고 증언했다.

유골 발굴 당시 함께 발굴된 탄피는 3060 스프링필드 탄피와 칼빈 소총탄 탄피. 이 탄피는 1950년대 당시 한국군과 미군이 사용하던 총의 탄피였다.

한국군이 자국민을 끌고 올라가 살해한 끔찍한 사건. 그 사건의 바탕에는 1949년 이승만 정부와 국민 보도연맹이 존재했다.

1949년 이승만 정부는 좌익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전향시키겠단 목표로 국민보도연맹을 조직했다. 이승만 정부는 비록 좌익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도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받아주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실제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들은 좌익 사상을 가진 사람들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이 더 많았다. 조직을 키운다는 이유로 당시 지역할당제를 시행했고 좌익 사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국민들에게 비료와 식료를 나눠준다며 가입을 유도한 것. 보도연맹에 오른 이름은 30만개에 달했고 그 중 30%가 어린 아이들이기도 했다.

이승만 정부는,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북한군에 의해 전세가 밀리자 좌익 사상을 가진 보도연맹 소속 사람들이 북한군에 가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대량학살하기 시작했다.

역사학자들은 이 보도연맹이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 일제에서 운영하던 ‘보국연맹’이나 ‘대화숙’과 그 모습이 꼭 닮아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국대응전선 사상보국연맹은 일제강점기 말 일본의 제국주의에 맞서던 사회주의자들의 제거를 목표로 일제에서 조선인 전향자들을 관리한 사상통제 활동 단체이다. 일제는 조선인 전향자들을 관리하며 천황에 대한 충성을 바치고 일제의 제국주의에 동조하도록 교육시켰고, 이후에 여기서 더 나아가 이들을 한 곳에 모아 합숙시키는 ‘대화숙’을 만들기도 했다.

‘보국연맹’과 ‘대화숙’은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사라졌으나 이와 꼭 닮은 ‘보도연맹’이 다시 1949년에 부활하게 된 배경에는 독립 이후 청산되지 않고 기득권 세력으로 남은 친일파들이 존재했다.

당시 백한성 보도연맹 부총재, 보도연맹 최고지도위원 이태희, 장경근 보도연맹 부총재 등은 일제 강점기 때 고위직에 있던 인물들로 이 중 이태희 최고지도위원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다.

친일파들은 독립 이후 청산되는 대신 친미세력으로 모습을 탈바꿈했고 그 이후에는 이승만 정부에 협조하며 기득권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들은 친일의 치부를 덮기 위해 반대자들을 ‘빨갱이’라 명명했던 것이다.

어디서 처음 시작된 것인지 모를 ‘빨갱이’란 이름하에 도둑골에선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국의 군인들의 손에 의해 희생당했다.

한편 이렇게 희생된 희생자 중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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