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도입
학력·스펙보다 실력이 중시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밑거름 기대

▲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지난 8일 서울 계동 인크루트 사옥.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엑스퍼트컨설팅, 에이디링크연구소 등 2개 기관과 블라인드 채용 및 공정한 채용 문화 확산을 위해 손을 맞잡은 현장이었다.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3사는 향후 블라인드 채용의 모집공고 및 입사지원 솔루션, 채용컨설팅, 블라인드 면접도구 개발 및 면접관 교육 등에 있어 공동사업을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 신체조건, 학력을 기재하지 않는 채용 방식으로, 불필요한 스펙 평가 대신 산업현장에서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체계화한 NCS 직무 능력을 활용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날 3사 대표는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그 첫 걸음으로 오는 9월12일 정부 및 공공기관, 기업의 공정채용 문화 확산을 위해 ‘(가칭)블라인드 채용 세미나’를 공동 개최키로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블라인드 채용이 취업전선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전국 332개 모든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전면 도입하고, 149개 지방공기업도 8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블라인드 채용에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NCS를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도 현재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하고 채용 컨설팅과 인사 담당자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실무형 인재 채용 설명회인 찾아가는 블라인드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작성요령과 면접전형 대비방법을 알려준다. 올 하반기 공공기관 채용규모와 직무능력 자가진단, 채용공고 및 직무설명서를 분석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3일 서강대에서 첫번째 설명회를 열었고, 앞으로 매달 서울·부산·대전·광주·대구·인천 등 6개 권역별로 상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아직까지 찾아가는 블라인드 채용 설명회가 걸음마 단계인 만큼 앞으로 세부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취업준비생에게 취업 성공의 ‘팁’을 제공할 방침이다.

물론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서 아직도 찬반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학력이나 출신지 등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실력으로 뽑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방식이라 평가한다. 그러나 학력 등 노력으로 얻은 요소까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공부를 잘한다고 운동을 잘하는 건 아니다. 또 운동을 잘한다고 그림을 잘 그리거나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에겐 저마다 타고난 소질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채용이라는 건 뽑히는 사람보다는 뽑는 사람의 입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인성이라는 건 한번의 면접으로 파악하기도 어려우니 결국 뽑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소위 ‘일 잘하는 사람’이 최고가 아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블라인드 채용은 해당 업무에 최적화된 인재를 뽑는 방식으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블라인드 채용이 제대로 정착될 경우에는 ‘학력보다는 실력’이 우선시되는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일터의 가치를 높여주는 인적자원개발의 중심을 자임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최근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권장하는 차원에서 대국민 슬로건 아이디어를 공모했었다.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슬로건이 ‘Every Chance Job(잡) Go(고)!’이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누구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을 통해 일자리를 잡아 정의로운 결과에 기쁨을 누리는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데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앞장설 것이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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