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다 오고
강아지들이 어미의 젖을 찾는 것을 본다
어미는 저녁처럼 젖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고
눈을 못다 뜬 다섯의 강아지들은
머리통을 서로 밀고 찧으며
저녁밥을 찾는다
어디 다른 데에서 목숨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저것이 평생이다

▲ 엄계옥 시인

결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시에도 눈이 있다. 평생이라는 시눈! 카메라 앵글을 따라가듯 행간을 따라나서면 거기 한 폭의 평생이 펼쳐져있다. 마치 사진처럼 장면이 선명하다. 어미는 땅에 등을 대고 새끼들은 어미에게 달라붙어 저녁밥을 파먹는다. 어미는 젖을 먹이면서도 한쪽 팔로 새끼들을 감싸고 깨끗한 혀로 연신 새끼들을 닦는다. 삼복더위에 젖 먹이는 광경은 살을 파서 먹이는 행위 같아서 목이 메도록 울컥하면서도 애잔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장면을 목격한다. 길고양이에게 밥 주던 날부터 마당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 되었다. 쫓기며 사는 게 길 위의 목숨들이라서 두 귀를 세우며 경계를 늦추지 않다가도 젖 먹이는 순간만큼은 느긋하다. 그 순간은 어미나 새끼들에게 평생이 되는 과정이기에. 제 어미가 그랬던 것처럼 혀로 닦은 새끼들이 자라서 품이 되라는 성소 자리에 시 눈이 멎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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