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 근로시간 제한, 통상임금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와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경영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 상반기 수출실적(132만1390대)은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수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나 하락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 판매는 40% 이상 급감했다. 현대·기아차가 가장 심각하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이상 감소했고, 기아차는 44%나 급감했다. 1심 선고를 앞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가 제기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회사는 최대 3조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곧 현대차와 5000여개의 협력사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 18일 24차 임단협 교섭에서 “과거 현대차가 급성장할 때와 같은 고임금 요구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며 노조에 위기극복 동참을 호소했다. 현대차의 노무비 수준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사장은 “특근도 필요 없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올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생산 오더(주문)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미래 생존을 위해서 노사가 기본으로 돌아가 생산성과 품질에 충실하고, 휴지 한 장과 물 한 방울도 아끼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한 때”라는 윤사장의 호소를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신차와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을 위한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비 투입은 현대차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경쟁 심화로 안정적인 수익모델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적자생존의 시장논리만이 지배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기가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몫나누기와 책임 공방 이전에 노사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위기극복은 위기인식에서 시작된다. 노조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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