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계속땐 국가 소멸 위기 맞아
국부 창출할 인적자원 확보가 관건
상향이동 가능성 커야 출산도 늘어

▲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2017년 신생아 수가 36만명 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숫자만으로 위기를 체감하기 어렵다면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의 말을 빌려보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국가 1호가 한국이 될 것이다. 그 시기는 2305년.” 당장 우리 세대의 문제가 아니니 남의 일일까? 국민적 관심도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역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내실은 없었다. 역시 발등의 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우리는 자원빈국에 분류된다. 속된 표현으로 ‘돈 되는 것’이 별로 없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자원부국이다. 어떤 기적도 만들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 왕조시대 때부터 확고했던 원칙이었다. 연구대상이 될법한 선조들의 학구열·교육열 DNA는 면면히 이어져 대한민국의 기적을 낳았다. 전쟁 통에서도 획기적인 교육정책을 만들고 시행했던 교육에 미친 나라, 자식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부모가 흔한 나라, 어찌 이런 나라가 자원빈국이란 말인가? 문명은 사람이 만든다. 석유는 태우면 끝이지만 지식의 대물림은 무한대의 에너지원이다. 우리는 그런 화수분 같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 그 위력적인 자원이 급속히 줄고 있다. 대책 세울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지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무슨 수가 생길 것이라고? 초점을 잘못 잡았다. 현기증 나는 고령화 속도를 보라. 세계 1위다. 인적자원이 줄어드는 과정의 고통은 오롯이 우리가 감당할 몫이다. 사람은 부족할 때 단번에 채울 수 있는 자동차 연료가 아니다. 사람을 낳고 키우는 일은 한정된 시간이 관장하는 분야이다. 중단 없이 이어가야 할 인고의 과정이다.

대한민국, 이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주저앉는다. 우리에게 인구정책은 중장기 안건이 아니라 시급한 현안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도 이전 정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몇몇 저출산대책을 보면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재활용 정책처럼 보인다. 정말 중요하고 촌각을 다투는 문제의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대책없이 돈 쓰는 일에만 흥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최근 3개월 간 말로 쏟아낸 주요정책(건강보험 확대, 기초연금 증액 등)에 필요한 자금만 70조원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대통령 공약사항에 소요될 예산까지 합치면 고정적·소비적 영역의 국가예산이 글자 그대로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국부를 늘리는 일도 뒷전이고, 국부를 창출할 인적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안도 외면한 채 돈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이다가는 국가소멸 이전에 국가부도가 우려된다.

대통령의 약속이 중요하다면, 또 복지확대를 미룰 수 없다면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인적자원부터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인간은 상향 이동의 가능성이 줄어들면 저출산으로 방어한다. 자연의 이치이다. 태어나서 평생 개천에서만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내 자식에게 그런 비극적 운명을 씌울 부모가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이 자유사회라지만 실제로 우리는 마음대로 상향 이동할 수 없다.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몇 개 없는데, 그걸 타려고 줄 선 이는 끝을 헤아릴 수 없다. 자유를 줘야 아이를 낳는다. 그게 원인이고, 대책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쏟아내는 온갖 규제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포장된 것들 중 상당수는 사실 계층이동의 가능성을 막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골라내 과감히 없애고 고쳐야 한다. 또 각계에 똬리 틀고 있는 특권층들의 아성을 허물어야 한다. 당장 기존 악질 규제와 특권의 혁파가 어렵다면 새로운 규제라도 자제하기를.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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