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기자 사회부 차장

‘국민식품’인 계란에 맹독성 살충제 성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집에서 닭을 길러 계란을 먹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계란이 발견되면서 울산시도 관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섰다. 최근 생산된 계란에서는 조사 대상인 9개 농장 가운데 1개 농장에서만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 그러나 이달 초 친환경 검사를 위해 채취한 뒤 보관한 시료까지 조사를 확대하자 기준치를 2~6배 초과한 계란이 두 곳에서 발견됐다.

사태 진화에 나선 시는 신속한 초기 대처와 달리 이후 대응 과정에서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우선 생산량 조사에 대한 부실이 드러났다. 시는 농가 두 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계란이 약 11만5000개라고 파악했지만 실제 생산량은 8만개 수준으로 30% 이상의 오차를 보였다. 생산 농가에 전화 한 통만 걸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오류였다.

또 정작 문제가 된 이달 초 생산분량은 유통경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불안감을 키웠다. 두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은 전량 양산의 한 유통상으로 납품된다. 그곳에서 세척 등의 작업과 난각표시, 포장 작업을 거쳐 다시 전량 울산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시와 군은 해당 계란의 울산지역 유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소매상을 대상으로 확인작업을 실시했지만 유통된 계란은 찾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양산의 유통업체는 두 농장에서 이달 초부터 13일까지 사들인 계란 90만개를 모두 저온 냉장고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살충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빠른 시간 내에 역학조사를 완료하지 못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올해 들어 발생한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 이어 살충제 계란까지 발견되면서 울주군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전액 군비로 살충제를 지원해주고 공수의사를 통해 사용 설명까지 했다. 하지만 농가의 부주의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뿌릴 때마다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답답하다는 하소연도 이해할 만 하다.

해답은 꾸준한 전수조사다. 그동안 항생제 검사는 실시해 왔지만 살충제 검사는 사실상 전무했다. 이에 따라 시는 관내 산란계 농장에 대해 정기적인 살충제 검사를 분기 당 1회 이상 실시하고, 살충제의 적절한 사용법을 교육하는 등 지도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분기당 1회 이상이라는 다소 제한적인 검사 보다 계절적 특성을 감안한 유연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살충제는 무더위로 이나 진드기 등이 번식하는 여름철에 주로 뿌려지는 만큼 이 시기에 검사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사육방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올해 초 AI 사태 때 지적됐듯이 가금류 사육 농가의 규정 위반과 부실 방역은 큰 논란거리다.

현재의 공장식 사육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를 감안해 농가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는 계란 생산을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산란 닭 사육농가와 계란 소비자들을 살리는 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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