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도장하던 협력업체 직원 참변
해경, 유증기에 의한 폭발로 추정

▲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경남창원소방본부 제공

20일 경남 창원의 STX조선해양 건조중인 선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날 오전 11시37분께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잔유(RO) 보관 탱크가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당시 STX조선 외부에서 폭발음을 들은 사람의 신고가 가장 먼저 소방당국에 접수됐을 정도로 큰 폭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서 약 20m 떨어져 일하던 우모(48)씨는 “‘펑’하는 폭발음이 들리며 배에서 연기가 났다”며 “사망한 작업자들은 도장 스프레이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고 뒤 다시 20∼30분 동안 가벼운 연기가 났다”고 말했다.

현장 확인 결과 5∼6평 넓이에, 갑판에서 12m 깊이에 있는 탱크 안에서는 STX조선 사내 협력업체인 K기업 소속 박모(33)·엄모(45)·김모(52)·임모(53)씨 등 4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탱크 안으로 진입한 구조대는 시신을 차례로 끌어올려 오후 1시20분께 4구 모두를 수습했다. 사망자들은 탱크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 후 화재 등으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히 추가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고 수사를 맡은 창원해경은 도장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에 의해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회사 측은 “보통 도장작업 중 화기 작업을 하면 불꽃이 튀어 폭발이 발생하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화기 작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창원해경 측은 “도장작업을 하다보면 페인트 등에서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다른 어떤 요인이 겹치며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 등 부분에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폭발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탱크에 통풍기 등 유증기를 빼내기 위한 기본 장비는 갖춘 것으로 보고 있는 해경은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또 이르면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현장 감식을 하기로 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곧 창원해경에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폭발 사고가 난 선박은 7만4000t급으로 오는 10월 그리스 선박회사에 인도를 앞두고 있었다.

현재 전체 작업 공정률은 90%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상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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