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선박운송 담합한 다국적 운송업체 9개사에 과징금 430억원…8개사 고발

▲ 수출 선적 대기 중인 자동차.

“타사 계약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는다” 합의

자동차를 해상으로 나르는 글로벌 운송업체들이 10년여간 각자의 시장을 침범하지 않기로 담합을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일부 업체는 현대차의 해상운송 운임을 올리기로 합의하고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자동차의 해상운송사업자 입찰에서 기존의 계약선사가 계속 낙찰받을 수 있도록 담합한 5개국 10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중 9개 업체에 과징금 430억 원을 부과했으며 8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했다.

제재를 받은 업체는 니혼유센·쇼센미쓰이·카와사키키센·니산센요센·이스턴카라이너(이상 일본), 발레리어스 빌렐름센·호그(이상 노르웨이), 콤빠니아 수드 아메리까나 데 바뽀라스 에스에이(칠레), 유코카캐리어스(한국), 짐 인터그레이티드(이스라엘) 등이다.

이중 호그는 답합으로 인한 이익이 확인되지 않아 시정명령만 받았고 짐은 위법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고발 명단에서 빠졌다.

일본·노르웨이·칠레·한국의 9개 선사는 2002년 8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자동차 제조사의 해상운송사업자 입찰에서 기존 계약선사가 그대로 계약할 수 있도록 입찰에 참가하지 않거나 고가운임으로 투찰했다.

이들은 2002년 8월 해운선사 고위임원들의 모임에서 ‘타사 계약 화물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는다’는 기존 계약선사 존중 원칙에 합의하고 그대로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담합은 GM·르노삼성 등 국내 제조사뿐만 아니라 아우디·포드·BMW 등 해외제조사의 입찰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한국에서 출항하는 선박의 경우 북미행, 중남미·카리브행, 유럽·지중해행, 오세아니아행 등에서 담합이 이뤄졌고 한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운송 선박은 모든 노선이 담합 대상이었다.

자동차 운송 시장 나눠먹기 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 시장의 운임 인상 담합도 이뤄졌다.

니혼유센과 짐은 2008년 3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현대자동차 차량에 대한 이스라엘 노선 운송서비스에서 운임을 차량 1대당 100달러씩 높이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이들은 2009년 와이에프 소나타, 2011년 뉴그랜저의 해상운송서비스 운임을 합의한 대로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노선은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에 단 한 번이라도 기항한 선박은 아랍국가에 입항할 수 없는 ‘아랍보이콧’ 원칙이 있었다.

이 원칙에 따라 아랍노선이 없는 니혼유센과 짐 등 양사만이 이 노선의 운항이 가능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담합이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였다.

자동차 해상운송 담합에 대한 제재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노선별로 이미 이뤄졌거나 진행 중이다.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FTC)는 니혼유센 등 5개사의 담합 행위를 제재했으며 미국 법무부(DOJ)도 일본 카와사키키센 등 5개사의 담합을 적발했다.

이외에도 중국·칠레·남아프라키공화국·멕시코 등이 자동차 운송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거나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컨테이너선처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노선에 대해서는 선사 간 운임과 운행시간 등을 서로 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담합은 정기 노선이 아닌 부정기 노선에서 이뤄져 제재 대상이 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해운동맹의 정기선 협의도 담합으로 보고 제재한 바 있으며 미국 역시 정기선이라고 해도 가격에 대해서는 협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안병훈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해상운송서비스를 통해 수출되는 자동차 운송비용을 낮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수입자동차의 운송비용도 낮춰 소비자 부담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